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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잘린 달

2020-12-02기사 편집 2020-12-02 07:52:14      윤평호 기자 news-yph@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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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달은 '문(MOON)'이다. 한국어로는 초승달, 보름달, 반달, 그믐달, 상현달 등 여러 가지다. 이름에는 그 사회가 도달한 문화가 투영돼 있다. 벙어리장갑을 엄지장갑이나 손모아장갑이라 일컫고 아빠다리를 나비다리라 바꿔 부르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가 진일보 했다는 반증이다.

언어의 조탁사인 인디언들은 일 년 열두 달을 숫자가 아닌 고유 이름으로 명명했다. 고유 이름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1월만 해도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아리카라 족), 너무 추워서 견딜 수 없는 달(샤이엔 족), 노인들 수염이 헝클어지는 달(크리 족), 북풍한설 몰아치는 달(파사마쿼디 족), 얼음이 얼어 반짝거리는 달(테와 푸에블로 족), 땅바닥이 어는 달(유트 족), 위대한 정령의 달(오지브와 족), 바람 속 영혼처럼 눈이 흩날리는 달(북부 아라파호 족), 즐거움 넘치는 달(호피 족), 짐승들이 살 빠지는 달(피마 족), 인사하는 달(아베나키 족) 등 각 부족에 따라 20여 가지가 넘는다. 12월의 이름으로는 침묵하는 달(크리크 족), 무소유의 달(퐁카 족), 늑대가 달리는 달(샤이엔 족) 등이 있다.

테네시 동부지역과 캐롤라이나 서부에서 산 체로키 족은 12월을 '다른 세상의 달'이라고 불렀다. 태평양 건너 반도에 사는 일군의 사람들에게도 12월은 '다른 세상의 달'이다.

12월 부로 계약이 종료, 다음 해 계약이 불투명한 이 땅의 수 많은 비정규직들에게 12월은 분명 다른 세상의 달이다. 세계 인권 선언 기념일이 있고 축복과 등치되는 크리스마스가 깃든 달이건만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인 이들에게 어쩌면 12월은 그저 '잘린 달'일지도 모른다.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재앙까지 겹쳐 영세 소상공인들에게까지 12월이 '다른 세상의 달'이 되고 있다.

2021년에는 12월을 잘린 달이 아닌 '아무도 잘리지 않은 달'이라 부를 수 있을까? 선의만으로는 부족하다. "평화를 외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평화롭게 행동하고 평화롭게 살고 평화롭게 생각하라." 인디언 격언이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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