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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춘추] 박람강기

2020-12-02기사 편집 2020-12-02 07: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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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강신철 한남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사)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사장
박람강기(博覽强記)란 글을 널리 읽고 기억을 잘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써, 삼국지에서 원소가 박학다식한 조조를 두고 한 말이다. 박람강기란 또한, 아는 게 많다고 해서 반드시 현실 인식이 정확하다고 할 수 없고,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반드시 균형적인 시각을 갖는 것은 아니라고 할 때도 인용되는 사자성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엘리트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엘리트주의는 권력을 가진 소수의 사회 상층부 사람들이 다수의 일반대중을 이끌어야 한다고 믿는 사상이다. 여기서 권력이란 일반적으로 정치 권력을 의미하지만, 지식 권력을 뜻하기도 한다. 소위 일류대를 나왔거나 고학력자, 또는 책 좀 읽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자기보다 학력이 낮거나 독서량이 적은 사람들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학식과 인품은 비례하지 않는다.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해서 인품이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자연과 더불어 농사만 짓고 평생을 살아온 시골 촌부가 하버드대 박사보다 얼마든지 인품이 뛰어날 수 있다. 진정한 독서란 학식도 쌓고 인품을 쌓는 데도 도움이 되는 책 읽기를 말한다. 참 지식인이라면 학식을 쌓을수록 겸손해지고 도량이 넓어져야 한다. 지성의 칼날을 아무 데서나 휘두르지 말고, 지식을 뽐내어 남에게 상처를 주지 말 것이며, 자기들끼리 무리를 지어 다른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주어서도 안 된다.

나는 독서애호가들이 천박한 엘리트주의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소수의 설익은 엘리트가 사회와 조직에 지적 위화감을 조성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며, 지식의 양으로 인간성을 평가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제대로 책을 읽은 사람은 박람강기를 뽐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독서량이 좀 부족하다고 해서 열등감에 사로잡힐 이유가 없으며, 지식을 뽐내는 사람 앞에 기죽을 필요도 없다. 조급해하지 말고 차분히 책을 읽으면서 하나씩 배우고 깨달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면 된다. 독서를 통해 지식을 쌓는 것도 좋지만, 쌓이는 지식 못지않게 인품도 고양돼야 그게 진짜 독서다. 강신철 한남대 경영정보학과 교수·(사)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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