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일색인 대전의 지역구 국회의원과 시장 등 선출직 대표들이 같은 여권을 상대로 정치적 부담을 무릅쓴 채 `가투`(街鬪)라는 최후통첩까지 결정한 마당에 나온 전격적인 중기부 이전 공청회 디데이 일정으로 천막시위마저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제기된다.
상황 급변은 지난 25일 정세균 국무총리의 강경한 발언이 도화선이 된 것으로 추측된다. 중기부 세종 이전 백지화의 우군을 얻고자 정부세종청사로 정 총리를 찾아갔지만 허 시장은 "시장이 시민 뜻을 받드는 건 이해하지만 정부방침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달라"는 말만 듣고 돌아왔다. 정 총리는 "(중기부 세종 이전) 관련 행정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도 했다. 최근 취임 3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중기부가 (중소기업)청으로 그대로 있었으면 그런 생각을 안 했을 텐데 부로 승격되면서 업무 협조 등으로 이전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 그것은 순리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던 정 총리가 한발 더 나아가 중기부 세종행이 정부방침이며 이전을 위한 법적 절차인 공청회를 개최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못 박은 셈이다.
문전박대와 다를 바 없는 정 총리의 추진의지를 확인한 허 시장은 그 길로 지역구 의원들을 만나 `긴급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중기부 이전에 관한 행정절차를 진행한다는 총리의 발언을 전했다"며 총리 접견 이튿날인 26일 시청 기자실을 찾아 밝힌 바 있다. 이어 29일 대전시와 5개 자치구의 `중기부 세종 이전 강력대응` 방침이 나왔고, 바로 대전시(자치구)-대전시의회-민주당 대전시당-시민단체 공동의 정부세종청사 앞 `천막시위` 계획이 공개됐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이낙연 더불어 민주당 대표, 중기부 이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내각을 통할하는 정 총리까지 정치권과 행정부를 대표하는 유력인사들을 차례로 만난 허 시장이 중기부 세종행의 논의 테이블이 이전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판단, 물밑 접촉·설득에서 장외 투쟁으로 돌아선 것이다.
천막농성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여론은 효용성과 효과성에서 엇갈린다. 먼저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 조성을 목표로 15년 전 국회와 정부가 확정한 법정계획인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은 중기부 전신인 중소기업청(차관급 외청)을 `이전하지 않는 14청`으로 묶어놓았으므로 정부가 이 원칙을 허물고 예외를 허용한다면 자가당착에 빠진다는 논리다. 대전을 포함한 지방 소재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 러시가 통제불능에 이르러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철학이 정면도전 받는 정책실패 가능성을 천막농성에서 집중 부각시킬 경우 이전계획을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론이다. 반면 무위론도 만만치 않다. 비근한 예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다. 과거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 있던 과기부는 2018년 당시 과천시장과 지역사회 인사들의 삭발투쟁, 지역주민들의 과기부 이전 공청회 실력 행사 등 극렬한 반발에도 유관기관간 업무연계 등을 명분으로 세종 이전을 강행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문승현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