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와 지역 정치권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세종 이전 저지를 기치로 내걸고 `한겨울 천막농성`으로 배수진을 친 30일 정부가 불난 집에 기름 끼얹듯 중기부 이전을 위한 법적 절차인 `대국민 공청회` 개최 일정을 오는 17일로 확정·공지했다. 중기부 세종행에 대한 사실상의 내락(內諾) 단계를 뛰어넘어 결국 공청회 개최를 강행하면서 대정부 투쟁수위를 높이고 있는 대전 지역사회는 더욱 격랑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일색인 대전의 지역구 국회의원과 시장 등 선출직 대표들이 같은 여권을 상대로 정치적 부담을 무릅쓴 채 `가투`(街鬪)라는 최후통첩까지 결정한 마당에 나온 전격적인 중기부 이전 공청회 디데이 일정으로 천막시위마저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제기된다.

상황 급변은 지난 25일 정세균 국무총리의 강경한 발언이 도화선이 된 것으로 추측된다. 중기부 세종 이전 백지화의 우군을 얻고자 정부세종청사로 정 총리를 찾아갔지만 허 시장은 "시장이 시민 뜻을 받드는 건 이해하지만 정부방침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달라"는 말만 듣고 돌아왔다. 정 총리는 "(중기부 세종 이전) 관련 행정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도 했다. 최근 취임 3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중기부가 (중소기업)청으로 그대로 있었으면 그런 생각을 안 했을 텐데 부로 승격되면서 업무 협조 등으로 이전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 그것은 순리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던 정 총리가 한발 더 나아가 중기부 세종행이 정부방침이며 이전을 위한 법적 절차인 공청회를 개최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못 박은 셈이다.

문전박대와 다를 바 없는 정 총리의 추진의지를 확인한 허 시장은 그 길로 지역구 의원들을 만나 `긴급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중기부 이전에 관한 행정절차를 진행한다는 총리의 발언을 전했다"며 총리 접견 이튿날인 26일 시청 기자실을 찾아 밝힌 바 있다. 이어 29일 대전시와 5개 자치구의 `중기부 세종 이전 강력대응` 방침이 나왔고, 바로 대전시(자치구)-대전시의회-민주당 대전시당-시민단체 공동의 정부세종청사 앞 `천막시위` 계획이 공개됐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이낙연 더불어 민주당 대표, 중기부 이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내각을 통할하는 정 총리까지 정치권과 행정부를 대표하는 유력인사들을 차례로 만난 허 시장이 중기부 세종행의 논의 테이블이 이전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판단, 물밑 접촉·설득에서 장외 투쟁으로 돌아선 것이다.

천막농성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여론은 효용성과 효과성에서 엇갈린다. 먼저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 조성을 목표로 15년 전 국회와 정부가 확정한 법정계획인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은 중기부 전신인 중소기업청(차관급 외청)을 `이전하지 않는 14청`으로 묶어놓았으므로 정부가 이 원칙을 허물고 예외를 허용한다면 자가당착에 빠진다는 논리다. 대전을 포함한 지방 소재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 러시가 통제불능에 이르러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철학이 정면도전 받는 정책실패 가능성을 천막농성에서 집중 부각시킬 경우 이전계획을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론이다. 반면 무위론도 만만치 않다. 비근한 예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다. 과거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 있던 과기부는 2018년 당시 과천시장과 지역사회 인사들의 삭발투쟁, 지역주민들의 과기부 이전 공청회 실력 행사 등 극렬한 반발에도 유관기관간 업무연계 등을 명분으로 세종 이전을 강행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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