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세종 이전 저지 운동이 장외로 확산되고 있다. 오늘부터는 민주당 대전시당이 정부세종청사 행안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하는 등 공세의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여당이 정부부처 대척점에서 물리적 실력 행사에 나설 정도면 보통 이례적인 상황이 아니다. 중기부 이전 문제는 지역의 여론 반응 지형과 맞물려 당·정을 대립·갈등 구도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이 시국에 중기부가 세종으로 가서는 안 되는 사유에 대해선 논리적으로 충분히 설명됐다고 본다. 지역 균형발전 대의에 역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타부처와의 협업·소통 명분도 시민들에게는 대전을 뜨려는 잔기술적 화법으로 들릴 뿐이었다. 느닷없이 대전청사 시대를 마감하겠다는 중기부 처사도 이해불가였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작은 상가 건물에 세를 들이거나 혹은 임차인이 방을 빼는 경우에도 사전에 서로의 입장을 조정할 시간을 벌어준다. 시장의 질서도 그렇게 돌아가는 마당에 하물며 중기부라는 데는 임의적으로 세종이전 의향을 공식화하면서 행안부에 공을 넘겨버리는 망외의 수를 썼다. 중기부가 일을 저지른 형국에서 사실 대전이 대항할 수 있는 무기라고 해봐야 변변치 않다. 시장이 총리 면담하고 행안부 장관 찾아가고 또 여당 대표에게 시민들 부정 여론을 전달하는 등 열심히 발품을 팔고 있지만 중기부 이전 시계를 멈춰 서게 하는 데는 아직도 역부족인 현실이 목도되고 있다. 급기야 여당 시당 주도로 천막시위 카드를 꺼내 들긴 했는데, 정부 압박효과도 좋지만 과연 상응한 소득이 있을지는 예단이 어려워 보인다.

지역의 핵심 이익이 걸린 사안의 엄중함을 감안할 때 장외 투쟁력을 보여줄 때는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그렇게 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면 다행이겠으나 그럴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그 또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장외에서 중기부 이전 반대 여론 자산을 전개하더라도 그와 병행해 상대와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지역 정치권 단위가 앞장서 일종의 톱다운 방식의 접점을 모색해야 할 때다. 여기엔 지역의 민주당 다선 의원들이 포함될 수 있으며 대전이 배출한 박병석 국회의장도 예외여서는 안 된다고 본다. 정치권력의 전위에 있으면 그에 부응할 책무가 따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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