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의 허 시장 발언에는 중기부 이전 문제의 딜레마적 상황이 함축돼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지난 11일 충북 괴산 발언 때만 해도 한숨 돌리나 싶었다. 중기부 이전 논란이 일단락될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 것을 두고 이 대표 효과로 치환되는 시민적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은 징후들이 포착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 총리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 발언, 그제 허 시장의 면담 등을 종합하면 중기부 논란의 무게추가 대전 잔류보다는 이전 쪽으로 더 옮겨가고 있다는 강한 심증을 갖게 한다. 특히 다음 달 중 중기부 이전 공청회가 열린다면 결정적인 방향성으로 여겨진다. 필요에 따른 행정절차라는 표현이 구사되고 있지만, 본질은 중기부 이전을 상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기부 이전(정확히는 중앙행정기관 등 이전계획 변경) 공청회는 그저 폼으로 열지 못한다. 중기부 본부를 대전청사에 그대로 둘 요량이면 공청회가 무슨 필요 있나. 결국은 세종 이전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발제를 맡기고 패널 토론을 붙인 뒤 중기부 이전 명분과 목적성을 구축하려 할 것이라고 보면 억측인가.
성격이 다른 경우인 과기부·행안부 이전 공청회 때도 진통을 겪었지만 이후 관보 고시 게재, 대통령 승인 단계를 밟았다. 중기부라고 예외이겠나. 공청회 한번 열면 그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보나마나다. 그런데 대전은 실효적인 대항 카드가 마땅치 않다. 허 시장이 발품, 입품을 팔고는 있지만 정치권과 함께 특단의 무엇을 예비하지 않으면 앉아서 낭패를 당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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