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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나눔 불씨

2020-11-25 기사
편집 2020-11-25 07:35:58
 김하영 기자
 halong0711@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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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아빠진 경운기 앞에 돗자리를 깔고/우리 동네 김씨가 절을 하고 계신다(중략)/23년을 고쳐 써온 경운기 한 대/야가 그 긴 세월 열세 마지기 논밭을 다 갈고/그 많은 짐을 싣고 나랑 같이 늙어왔네그려(중략)/고맙네 먼저 가소 고생 많이 하셨네/김씨는 경운기에 막걸리 한 잔을 따라준 뒤/폐차장을 향해서 붉은 노을 속으로 떠나간다.

박노해 시인의 시 '경운기를 보내며'이다. 이 시를 대할 때마다 비싸고 드문 것보다 흔하고 소소한 것의 귀함을 다시 생각한다. 경물(敬物) 할 줄 모르는 자는 경천(敬天)도 경인(敬人)도 할 줄 모른다는 것. 물건에 대한 예의가 없는 세상에서 사람에 대한 온정이 남아 있을리 없다. 가난하던 유년시절, 연탄은 참으로 고마운 존재였다. 광에 연탄을 가지런히 쌓아 두는 것이 겨울나기의 첫 준비였다. 오르막길이 얼어붙어 미끄러울 때도 연탄재만큼 요긴한 게 없었다. 또 그만큼 위험하기도 했다. 겨울이면 연탄가스에 중독돼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이웃들 소식이 들려왔다. 오죽하면 '검은 사신'이라 불릴까. 연탄은 이렇게 애증의 역사를 갖고 있다.

밥상공동체 대전연탄은행에 따르면 올해 기부된 연탄은 3만여 장. 평년 18만 장 가량의 연탄 기부가 이뤄졌던 것에 비해 크게 못 미친다. 대전지역에서 연탄은행의 지원을 받는 소외 계층은 약 1300여 가구에 이른다. 한 가구당 겨울나기에 3000여 장의 연탄을 필요로 하는 점을 볼 때 10가구 수준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후원, 기부, 봉사 손길이 모두 줄고 연말연시 온정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성금 모금 목표액을 51억 2000만 원으로 설정했다. 이는 지난해 실적 64억 원보다 적은 20% 적은 금액이다. 해마다 목표액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올해 처음 목표액을 전년보다 하향조정 했다.

우리는 어디든 입장할 때 체온 36.5도를 충족해야 한다. QR코드가 생명 존엄성을 대변하는 시국이다. 어려운 이웃의 36.5도 체온 유지를 위한 3.65kg 연탄 한 장의 나눔이 절실한 때다. 김하영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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