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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 약사랑 생명사랑

2020-11-25기사 편집 2020-11-25 07: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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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백대현 대전시약사회 부회장

이 달 초 유명 개그우먼이 자살로 생을 마감해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유명인의 자살사망 소식이 들릴 때마다 생명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내 주변의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필자의 친했던 선배 약사가 십여년 전 어느 날 갑자기 자살로 생을 마감해 한동안 충격에 빠졌었다. 필자의 인생 멘토로 누구 보다 밝고 유머스런 선배 였기에 그 충격은 더 크게 다가 왔었다. 이렇듯 자살사망은 특정한 사람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로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현상으로 봐야한다.

자살로 인한 사망은 전체 사망원인 중 5위로 암,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질환 다음으로 높고, OECD 국가 중 자살사망률 1위라는 오명은 여전하다. 통계를 보면 자살사망자가 교통사고사망자 수의 4배 이상 발생하고 있다. 자살이나 교통사고 사망만큼 허망한 죽음도 없을 것이다. 남은 사람들에게 갑작스러운 충격을 준다는 점, 그래서 후유증이 오래간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둘 다 개인적인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회 구조적인 측면이 많고 한두 가지 대책만으로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도 같다. 예방 노력을 하면 할수록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 가장 큰 공통점이기에 적극적 심리방역 및 자살예방정책, 생명지킴이 교육과 자살 위험 신호에 대한 공익광고 등 사회 전반의 지속적인 관심과 예방을 위한 참여가 중요하다 할 것이다.

대전시 약사회는 자살예방센터와 함께 지난 달 하순 생명사랑협력기관을 지정하고 현판식을 진행했다. 생명존중도시 대전, 자살위험 없는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자살예방활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를 원하는 약국들의 신청을 받아 지정했다. 지정 약국의 약사들은 자살 위험이 높은 약물 구매자에게 사용 목적을 묻고 자살 고위험군을 사전에 발굴하게 된다. 24시간 운영되는 자살예방 상담전화(1393)와 센터 위치 등이 담긴 리플릿(leaflet)등을 약국 내에 비치해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이로써 자살예방을 위한 안전망 구축과 함께 자살위험 약물 및 복용관리 등 약물학적 중재를 통해 생명지킴이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대한약사회는 지역사회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연계 역할을 하는 생명지킴이 약사를 양성하기 위해 전국 8만 약사들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홍보 캠페인과 약사와 환자의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집에 하나쯤은 다 있는 약봉투에 자살예방상담전화 등 관련 정보 문구를 넣는 전산봉투 참여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자살을 생각하다 우연히 눈에 띈 약봉투에 있는 자살예방상담 전화번호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해서이다.

약국은 국민과 가장 가까운 접점에 있고, 약사는 지역주민과 정서적 친밀도가 높은 보건의료인이기에 자살예방 생명지킴이로 제일 적합하다. 상담이 필요한 사람을 발견하면 잘 들어주고 전문 상담이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표정으로, 말투로 그리고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메시지로 우리에게 계속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금 더 깨어서 그런 이들을 살펴주고, 바라봐주고 들어줘야한다. 약국은 참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며 하루하루 힘든 날이지만 그래도 약사이기에 약국을 방문하는 환자들을 조금만 더 배려하고 관심을 가져본다면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일을 수행할 기회를 얻게 되지 않을까. 백대현 대전시약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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