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설치부터 대립해온 여야는 후보추천위 활동 종료된 이후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의 야당 비토권 무력화와 관련해 사사건건 충돌해 왔다. 민주당이 관련법 개정으로 압박하자 국민의힘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거대 여당이 힘을 앞세워 끝내 법을 개정하면 정기국회의 차질은 물론 향후 정국은 한치 앞도 분간하지 못할 회오리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야당의 반발로 내년 예산안은 물론 시급한 민생법안 등도 발목이 잡히거나 여당 일방통행으로 인해 파국에 이를 것이 자명하다.
이 시점에서 박 의장이 후보추천위 재소집을 요청한 것은 이런 파국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는 6선 의원의 관록을 가진 박 의장의 정치력과 노련함이 바탕에 깔려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물론 현재로선 후보추천위 회의가 다시 열린다고 해서 당장 여야의 이견이 해소될 리는 만무해 보인다. 후보추천위의 인적 구성이 바뀌지 않거나 후보군을 새로 추천하지 않는 한 돌파구를 마련할 길이 요원한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여당이 추천위 재소집을 수용하기로 했지만 불발될 경우를 감안해 야당의 비토권 무력화 방안도 병행키로 하면서 갈등의 불씨도 여전하다.
박 의장의 후보추천위의 재소집 요청으로 추천위원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후보자를 추천해 공수처가 출범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정당 몫 추천위원들은 여야의 입장만 대변하기 보다 오로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나갈 수 있는 후보군을 선정하는데 힘을 쏟길 바란다. 아울러 여당도 공수처법 개정안을 심사를 위해 예고한 법사위 소위를 취소하는 등 진정성부터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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