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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산책] 거리두기와 관계 맺기

2020-11-24 기사
편집 2020-11-24 07:4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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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최수웅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뉴노멀(New Normal), 즉 새로운 표준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사회 전체가 영향을 받겠지만, 무엇보다 인간관계에 변화가 집중된다. 현재까지 감염을 차단하는 유일한 방법은 거리두기인데, 이는 관계의 변형을 전제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관계 맺기에 대한 욕망은 사라지지 않고, 관계 유지 활동 중 상당수는 온라인으로 대체될 것이다. 하지만 변화는 거세다. 먼저 약한 고리부터 끊겼다. 의무적 교류나 애착 없는 친목이 정리되었다. 축하와 애도는 계좌이체로 해결했고, 어색하게 술잔만 주고받는 모임은 현저히 줄었다. 다음으로 비즈니스 관계도 변했다. 비대면 근무가 늘면서 업무 분담이 명확해지고, 인맥 관리는 필요성이 줄었다. 앞으로 비즈니스 관계는 성과 중심으로 개편될 것이다. 그때까지 직장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마지막으로 가족이 바뀐다. 가족은 모든 인간관계의 뿌리다. 그러므로 그 변화는 파장이 클 수밖에 없고, 심리적 저항도 완강하다. 하지만 전환의 시기에서는 변화 속도가 부쩍 빨라진다. 이미 신호탄은 떠올랐다.

하나는 헌법재판소에서 다루고 있는 8촌 이내 혈족 혼인 금지 공방이고, 다른 하나는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가 촉발한 비혼모(非婚母) 논쟁이다. 앞의 공방은 가족 범위가 재조정되는 것이며, 뒤의 논쟁은 가족 구성 방법이 추가되는 것이다. 찬반 의견이 팽팽하지만, 어느 쪽이더라도 변화 자체를 부인하기 어렵다.

사실 결과는 분명하다. 인류 역사에서 변화는 언제나 수용되었다. 받아들이지 못한 집단은 패망하고 말았으니. 그러므로 변화 자체를 거부할 수야 없다. 가족의 문제도 마찬가지.

무엇보다 혼인 금지 규정이 그렇다. 전에는 동성동본(同姓同本)에 적용되었지만, 1997년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고 8촌 이내 혈족으로 한정되었다. 당시에도 논쟁은 격렬했고, 문화예술인들도 활발하게 의견을 냈다. 신해철은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를 발표해 동성동본 커플을 응원했고, 소설가 해이수는 '캥거루가 있는 사막'에서 그 관계를 "죽을 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고 버스를 향해 뛰어드는 캥거루와 같은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금지는 바뀌지 않았다. 다만 거리감이 달라졌을 뿐. 지역과 생활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이제 8촌을 친근하게 느끼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틈이 벌어진 것이다. 틈은 거리두기가 지속될수록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친밀감은 만남과 비례하니.

비혼모 논쟁에서는 의지가 주목된다. 미혼(未婚)에 대한 거부, 결혼을 선택하지 않겠다는 자발적 선언. 비슷한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었다. 2007년 다른 방송인이 같은 방법으로 임신했다고 공개했고, 비슷한 시기 방영된 드라마 <블량커플>에는 아이는 원하지만 결혼 생각은 없는 '미스맘' 여성 주인공이 등장했다.

자기 신념을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의무는 없다. 다른 사람의 의지에 간섭할 권리도 없다. 다만 거리두기가 이어질수록 다양성에 대한 믿음을 지켜야 한다. 신념을 감추는 사회보다, 드러내는 사회가 훨씬 건강하다. 도전하지 않는 사람보다, 의지에 따라 도전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사람이 강건하다.

시대는 변하고 있다. 피할 수 없다. 되돌아갈 길도 끊겼다. 오직 받아들이는 수밖에. 이왕이면 능동적으로, 가능한 속도를 조절하면서. 낡은 규정에 관계를 묶지 말고, 새로운 관계에 맞는 규정을 찾아야 한다. 바로 그것이 뉴노멀이다. 최수웅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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