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돌려받기 등 비위 행위 주도면밀…상향식 평가·전수조사 필요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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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계 연구수당 편취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책임자가 구성원들에게 지급된 연구수당의 일부를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수법 등이 쓰여졌는데, 인사·임금 등 권한을 쥐고 있는 책임자들의 전형적인 비위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23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A 연구원이 연구원 3-4명으로부터 1000만-2000만 원 규모의 연구수당을 되돌려 받은 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사 결과 밝혀졌다. A 연구원은 연구원들에게 지급된 연구수당의 일부를 현금으로 받는 등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과기부는 이번 건에 대해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고 생명공학연구원엔 중징계 처분과 함께 후속 조치를 요청한 상태다. 생명공학연구원 측은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징계위원회 개최 등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한국연구재단 특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내용의 비위 행위가 밝혀졌다. 연구를 수행하는 한 대학교의 B 교수가 지도학생 중 일부로부터 매달 개인계좌로 받는 인건비 가운데 지정금액을 현금으로 인출해 학생대표(랩장)를 통해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편취한 금액은 약 1000만 원이다. 연구재단은 해당 금액의 환수 조치와 함께 B 교수를 고발했다. 더불어 B 교수와 비위 행위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절차와 방법을 잘 알면서도 재단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랩장도 고발 조치했다.

앞서 한 대학교의 교수 4명이 장기간에 걸쳐 인건비 약 8억 4000만 원을 편취한 것도 연구재단 특정감사에서 드러나, 관련 교수들이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은 바 있다.

과학기술계에선 연구책임자에 의한 연구수당 등 편취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연구환경 특성상 연구책임자가 인사·임금 등 대부분의 권한을 쥐고 있어 권력형 비위(범죄)가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과학기술계 한 관계자는 "연구 참여 비율에 따라 연구수당이 지급되는데, 연구책임자가 그 비율을 임의로 조절할 수 있어 수당을 달라고 하면 줄 수밖에 없다"며 "인사권도 쥐고 흔드는 사람한테 대항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 두해 일이 아닌 과학기술계 전반에 관행처럼 박혀 있는 전형적인 범죄 행위"라며 "연구원들이 연구책임자를 평가하는 상향식 평가제도 등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위 행위가 뿌리 뽑히기 위해선 과기부나 감사원 차원의 대대적인 전수조사와 함께 그 결과에 따른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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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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