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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포럼] 대덕연구단지, 뒤쳐지면 죽는다

2020-11-24기사 편집 2020-11-24 07: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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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구정회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주기환경연구소장

전국 지자체들이 무한 경쟁하고 있는 지금,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형성된 대덕연구단지와 대전엑스포가 대전의 발전 원동력으로서 힘을 점차 잃어가는 것 같다. 노은지구, 대덕테크노밸리, 도안지구 등 개발로 촉발된 대전 구도심과 신도심 간 중심권 경쟁의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는 대전시와 세종시가 경쟁하는 시기인 듯하다. 세종시는 호수공원을 비롯한 테라스 하우스 단지 등 잘 꾸며지고 아름다운 주거 환경과 국회 이전 계획 등 강력해진 흡입력으로 젊은 세대의 유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덕연구단지의 여유롭고 아름다운 풍광, 특허청, 산림청 등 정부 제3청사, 사방으로 뚫린 시원한 고속도로 교통망과 유성온천이 선사하던 대전시의 강점들은 점차 빛을 잃고 있다. 유성 온천의 활기도 예전만 못하고, 정부 기관들은 암암리에 세종시로의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젊은 세대들은 장거리 출퇴근에도 불구하고 세종시로 옮겨가서 신도시의 좋은 거주 환경과 부동산 재테크를 함께 누리고자 한다.

필자가 일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그간의 크고 작은 실수로 대전시민들의 신뢰를 잃은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지역주민들과 대전시민께 송구스러운 마음이 크다. 원자력연구원 앞에서는 반핵 단체의 시위가 많은데, 그들은 줄기차게 이 지역이 위험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런데 얼마 전 지역 주민들과의 모임에서 주민 한 분이 "극렬 단체 일부가 위험하지도 않은 연구원을 공연히 위험하다고 해 지역 집값만 떨어뜨린다"며 화를 냈다. 이젠 본인이 나서서 연구원이 안전하다고 홍보라도 해야겠다는 말씀도 했다. 지역주민들이 갖고 있는 위기의식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는 경험이었다.

과거에는 자녀 교육 때문에 교육환경이 좋은 곳에서 거주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교육은 거주지를 선택하는 최우선 순위에서 밀려났고, 부동산 가격 인상이 그 자리를 차지해버렸다. 지금과 같이 경제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새롭게 조성된 신도시의 좋은 주거환경과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는 세종시로 이사하려는 젊은 세대를 탓할 수만은 없다. 더 나은 정주환경을 조성하지 못한 대덕연구단지와 대전시가 스스로를 탓해야 할 일이다.

세종시는 이제 단순히 이웃한 도시가 아니다. 자칫 대전시를 통째로 흡수할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젊은 인구를 강력하게 유인하는 커다란 위협이다. 세종시가 대전시와 가깝다는 것은 너무 쉽게 이사를 결심하게 만드는 더 큰 위협이다. 대전시는 이러한 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과거에는 젊은이들이 좋은 직장을 잡고, 좋은 교육환경 속에서 자녀를 키우는 안정적인 생활을 꿈꿨다면, 이제는 호수공원과 같이 멋진 휴식 공간도 갖추고, 부동산 가격 전망까지 좋은 곳을 찾는 것이다. 치솟는 물가 속에서도 안정된 노후를 보장하는 것이 시급한 이슈가 된 것 같다.

대덕연구단지 네거리 주변, 도안지구로 향하는 길이나 카이스트 주변의 꽉 막힌 교통체증을 보면 이미 대덕연구단지는 그 활기찬 매력을 잃은 지 오래고, 새롭게 형성되는 신도시에 비교될 수 없는 낡은 도시로 보일 뿐이다. 이제 대전시의 도시계획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로 대표되는 신규 주거단지 조성으로는 부족하다. 철저한 진단과 함께 기존의 대전시와 대덕연구단지가 갖고 있는 좋은 자연환경과 교통망 활성화와 초·중·고교의 전략적인 이전, 갑천 공원의 활성화 등 일석삼조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도시 재정비가 필요하다.

대전시와 유성구는 세종시보다 뒤처지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인가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 아름다운 풍광과 다양한 연구기관, 대학, 산업체가 잘 갖춰져 있어도, 젊은 세대가 떠나는 도시는 미래가 없는 것과 같다. 대전시가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고, 주거의 가치가 계속 상승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정비를 통해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역동적인 심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구정회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주기환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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