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가구 비율 40%대서 머물다 50%대 들어서

2020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사진=통계청 제공
2020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사진=통계청 제공
코로나19로 소득 하위 가구의 주머니가 더 가벼워지고 있다. 하위 20%(1분위) 가구의 절반이 넘는 가구가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 가구 비율은 소득 분위가 올라갈수록 줄어드는 구조를 보여 빈부 격차의 기울기가 눈에 띄게 가팔라지고 있다.

22일 통계청의 가계 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3분기 중 2인 이상 전국가구 중 1분위 적자가구 비율은 50.9%를 기록했다. 소득 하위 20% 가구의 절반 이상이 매월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적자가구는 처분가능소득(소득-비소비지출)보다 소비지출이 큰 가구. 즉 번 돈 이상을 쓴 사람들을 의미한다. 버는 돈이 적어 필수 지출만 해도 원래 적자를 보는 구조인데, 코로나19로 이런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지난 3분기 1분위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은 매달 163만 7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1% 감소했다. 근로소득은 55만 3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0.7% 급감했고, 사업소득은 27만 6000원으로 8.1% 줄었다.

8월 중순 이후 코로나 2차 확산으로 내수 수비가 얼어붙은 데다 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일거리마저 줄어 소득의 65%를 차지하는 근로소득과 19%에 해당하는 사업소득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이들 가구는 지출을 1년 전보다 3.6%나 줄였지만 적자를 면치 못했다. 임시·일용직이 많은 1분위 가계지출을 보면 소득 구간별 소비 경향이 판이하게 달랐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3분기 1분위 가구는 교육비를 1년 전 보다 17.1% 줄였다. 교통비나 의류·신발 구매 지출 감소율도 20%에 달한다. 주요 지출 부문에서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소득 감소를 이겨내지 못했다.

1분위의 적자가구 비율이 50%를 넘어선 것은 3분기 기준으로 2013년 이후 7년 만에 나타난 현상이다.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43%에서 49%대 사이를 오르내리다 올해 50%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5분위(최상위 20%) 가구가 매달 벌어들인 소득은 1039만 7000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9% 늘어난 규모로 소득 분야별로 보면 재산소득이 가장 큰 증가율(24.1%)을 보였다.

적자가구 비율은 7.0%에 그쳤다. 고소득층도 의류·신발(-13.4%), 교육(-12.2%) 등 지출을 아꼈지만 전체 소득 증가분이 이를 상쇄했다. 적자가구 비율은 소득분위가 올라갈수록 줄어드는 구조다.

3분기 기준으로 2분위가 23.9%, 3분위는 14.8%, 4분위는 10.6%다. 가구 전체로 보면 21.4%가 적자가구다. 통계청은 임시·일용직 근로자와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시장소득 감소가 커 정부 지원만으로는 소득·분배 여건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코로나 3차 확산에 따른 저소득층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들어가면 저소득층의 가계 적자난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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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5분위별 소비지출 구성비. 사진=통계청 제공
소득 5분위별 소비지출 구성비. 사진=통계청 제공

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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