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영신 대전충청영상동물병원장
승영신 대전충청영상동물병원장
24시 동물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다 보면 아이들의 마지막을 함께 보내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을 보내는 과정을 우리는 무지개 다리를 건넌다 라는 표현을 쓴다. 준비된 죽음이든, 그렇지 않든 모든 보호자들은 담담하게 맞이하기 보다는 오열하는 분들이 대다수이다. 그러다가 현실을 마주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그제서야 고민하게 된다. 좋든, 싫든 간에 우리는 아이들의 마지막 정류장이자 기관사이기에 무지개 언덕 너머로 안내해 줘야 한다. 그래서 오늘은 법적으로 문제없는 이별방법에 관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가장 먼저 보호자들이 생각하는 방법은 매장을 하는 방법이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양지 바른 곳에 묻는 방법은 의외로 불법이다. 현행법상으로는 반려동물의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돼서, 폐기물 처리법을 따라야 한다. 개인 소유지라 하더라도, 땅에다가 아이를 묻는 것이 법적으로 처벌(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추천하지 않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동물병원에 위탁하는 방법이다. 동물병원에서 사망하면 의료폐기물로 분류가 되어서 자체적으로 처리되거나, 폐기물 처리업자 및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 운영자에게 위탁해서 처리된다. 이 방법일 경우 우리가 꼭 생각해야 하는 방법은 아이들은 폐기물 소각으로 되기 때문에, 유골 등을 받을 수 없다. 이에 병원에서 별도의 안내가 없다고 하더라도 마지막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순간임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황당하지만, 종량제 봉투에 배출하는 방법이다. 반려인 1000만 시대에 말도 안 되는 얘기인 것 같지만 현행법상 집에서 아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경우 생활 폐기물로 분류가 되어서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일반 쓰레기와 같이 배출하는 것이 불법이 아니다. 일반 보호자분이 의료 폐기물로 아이를 화장할 수 없기에 가능한 방법이긴 하지만, 상식적인 선에서 그 불편함을 감안하더라도, 추천드릴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의거해서 동물장묘업의 등록을 한 자가 설치·운영하는 동물장묘시설에 위탁해 화장할 수 있다. 즉, 반려동물 장묘업체에 맡기는 방법이다. 현재 세종충청지역의 등록된 장묘업체는 9곳이며, 대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호와 위치는 동물보호 관리시스템 홈페이지의 업체정보에 들어가면 확인이 가능하다. 반려인 1000만 시대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감안하더라도 장묘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다른나라는 어떨까? 2015년 일본의 경우 등록된 업체만 하더라도 500여 개의 업체가 넘었는데 우리는 이제 겨우 전국에 합법 장묘업체는 50여 개가 되지 않는다. 600만여 마리의 반려견에 늘어나는 반려묘를 감안하면 앞으로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더불어, 최근 늘어나는 노령견을 감안하더라도 15년의 수명이라 가정시에는 40만 마리가 폐사를 하고, 이중의 20% 정도가 합법적인 장묘처리를 진행한다는 가정을 하더라도 8만여 마리를 과연 50여 개가 되지 않은 업체들이 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준비가 되었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아이들과 슬픈 이별을 맞이해야 한다. 하지만 미리 상황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아이들과의 시간을 더욱 더 유익하게 보내 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눈을 감고 슬픈 상상을 해보자. 나는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아이들을 배웅 해 줄 것이고, 그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내 아이, 동생에게 지금 어떻게 해 줄 것인가?

또한 늘어나는 반려인구의 숫자에 발맞추어 많아지는 죽음에 정부나 지자체의 발 빠른 움직임이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승영신 타임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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