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세난 진원지는 아파트… 다가구 매입임대 공급은 재탕대책에 불과"

정부가 11만여 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전세대책을 내놓았지만 극심한 전세난을 겪고 있는 대전과 세종 지역에서는 대책의 실효성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와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전세수요가 높은 아파트 공급은 외면한 채 다가구·다세대주택 등이 주를 이루고 있어 `재탕`대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9일 정부는 2022년까지 공실 임대주택 재공급·약정매입 등을 통해 11만 4000가구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중 서울 등 수도권에 7만 여가구가 공급된다. 다세대 주택을 비롯해 현재 공실 상태인 상가나 호텔 등도 리모델링해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대책은 당장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되지만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실제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라는 평가다.

우선 단순 공급물량 채우기 위한 정책에 불과하다고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전세난이 가장 심각한 부분인 아파트 공급은 이번 전세대책에는 빠져있기 때문이다. 또 공실상태인 상가·오피스텔·호텔 등 비주거용을 리모델링 해 공급하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현재 전세대란의 핵심은 주택이 아닌 아파트 전세 물량 부족이다. 자녀를 둔 3-4인 가구는 다가구나 다세대주택을 오래 거주할 수 있는 주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전세 수요자는 학군이나 교통환경 등 주거여건이 좋은 아파트를 원하는데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매입해 공급한다는 것 전세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전세대책 상당 부분이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과거 실패한 대책이라는 점도 실효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도 LH나 지역 도시공사에서는 빈집을 매입하거나 임대해 공공주택으로 공급하고 있지만 성과는 좋지 않다. 정부 발표대로 10월 말 기준 LH, SH 등이 보유한 3개월 이상 공실은 전국 3만 9000가구나 된다.

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을 얼마냐 늘리느냐도 중요하지만 전세 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사실 빈집은 비어있는 이유가 있다. 입지나 생활인프라 부족 등으로 1-2년 뒤 다시 빈집만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도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 대책이 서울 등 수도권에만 집중돼 지역 전세난 해결에는 도움이 안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세종시 보람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세종 지역 전세값은 1년간 두배 넘게 급등했다. 올해 신규 입주 물량이 급감한 반면 지역에 공공기관이 추가 이전하는 등 수요가 공급을 크게 상회하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늘리겠다고 발표한 전세 물량 대부분은 수도권에 한정돼 있어 최근 집값이 뛰고 있는 세종 지역의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남형·천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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