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고가도로와 육교는 자동차 증가에 따른 신속한 입체적 교차 통행을 위한 구조물로 곳곳에 설치되었었다. 그러나 노후화에 따른 안전 문제, 교통량 증대에 반하는 확장의 어려움, 건립 당시 상대적으로 고려가 부족했던 미관 등 이유로 상당수가 철거되고 있다. 그러나 역시 기능적 이유로 여전히 존재하는 고가도로나 육교들이 있다. 상당수가 특별한 쓰임새 없이 대부분 도시민들이 좋아할 거리가 없는 소외된 공간이다. 그런데 얼마 전 서울 남산1호터널로 연결된 한남제1고가차도와 육교 아래 만들어진 쉼터는 건축적 접근을 통해 그저 토목 구조물의 하부에 불과했던 곳이 얼마든지 도시의 쾌적한 공간으로 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19년 서울시가 실시한 고가 하부 공간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현상설계 공모로 이루어진 이곳은 구조물의 기능적 성격만을 드러내는 회색의 그늘 아래 엘이디 조명이 흩뿌려진 나팔꽃 모양의 차양 구조물과 함께 카페, 화장실 등이 사람들의 동선을 따라 적절하게 자리 잡아 지붕 씌워진 도시 소공원의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
이곳 북한남 삼거리는 바로 옆 옛 면허시험장 자리에 뮤지컬 전용 홀이 들어서고 인근이 새로운 감각의 소규모 상업 가로로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통행이 빈번해짐에도 불구하고 황량한 느낌의 포장된 공터일 뿐이었는데 건축가는 여기에 나무가 울창한 숲속이지만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흩어지는 오솔길, 별빛이 흩어지는 들길과 같은 이미지를 주고자 했다고 한다. 다세대 주택 혹은 다가구 주택은 번잡한 도시생활의 애환을 상징하는 느낌마저 드는 건축물들이다. 특히 이들 주택의 반지하층은 영화 `기생충`에서도 나왔듯 칙칙함의 이미지가 그러지 않아도 삶의 비루함을 대변하는 공간으로 회자되고 있는 곳이다. 이제는 점점 주거공간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될, 그러나 적지않은 또 하나의 소외된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이 소소한 변화와 함께 지역 주민의 바람직한 근린공간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SH청년건축가 주도형 공간복지 프로젝트` 시범사업의 하나로 거주성이 떨어지는 낡은 반지하 주거공간을 지역내 커뮤니티 시설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을 선보였다. 곰팡이가 피던 남루한 반지하방들이 주민 소통방, 공유주방 등으로 환골탈태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들을 설계한 청년 건축가들은 모두 현장답사와 주민 인터뷰 등을 통한 세심한 관찰과 분석에 의하여 정말 지역 밀착형 공간을 제안한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소소한 변화를 통한 우리 건축환경의 개선은 이러한 지역에 대한 지극한 관심과 전문적 소양이 어울려 이루어진다는 점을 증명하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소소한 변화가 우리 건축, 우리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다. 약간의 과감함과 약간의 세심함만 있다면.
한동욱 남서울대 교수·㈔충남도시건축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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