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
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
공공 미술은 `예술을 통해 시민의 미적 소양을 고양시킬 수 있는 새로운 공간창조`라는 비전을 가지고 전개된다. 그러나 실제 구현된 공공 미술 작품은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의 가치충돌을 겪어 왔다. 포스코사옥 앞의 프랭크스텔라의 작품 `아마벨`이 대표적이다. 비평가들은 `인간 문명의 방향성에 대한 비판적 발의를 담은 수작`으로 평가했지만, 대중은 그저 `고철덩어리`로 보았고 엄청난 비난을 견뎌야 했다. 공공 미술에 대한 논의는 공공과 시민, 일상에 대한 보다 새로운 가치지향으로 미술에 영역에서 재정의돼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공공 미술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새로운 창조를 제시하는 사례로 `서울은 미술관` 프로젝트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장소, 역사, 스토리, 일상을 담은 공공 미술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들 작품 중의 하나인 `타원본부`는 개발경제 시대 골재 채취장으로 이용돼 굉음과 돌가루로 상징되는 돌산(용마산)에 새로운 조형물을 만드는 사업이었다. 시민과 큐레이터, 작가가 협업하고 시민투표까지 거쳤던 이 작품은 또래 친구 12명과 함께 `태극13단`을 결성해 채석장을 뛰어다니며 입구에 파인 동굴을 `본부`라고 불렀던 유년 시절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주민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작가는 움푹 파인 동굴에 대한 기억을 완만하게 펼쳐 어른이 된 모두의 본부로 재탄생시켰다. 노출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30m의 타원으로 난 길을 인공폭포를 감상하며 걸어 들어갈 수 있게 만든 이 작품은 시민의 기억을 소환하고 일상의 미적 만족을 줬으며 예술이 새로운 미를 창조하는 데 나아갔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됐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과 주민 삶에 집중한 공공 미술이라는 측면이 있다.

이와 달리 공공 미술의 사회적 측면을 생각하게 하는 사례로는 현재 뉴욕에서 진행하고 있는 `Art on the Grid` 전시가 있다. `도시 전역의 500개 이상의 장소에서 코로나19에 대한 50명의 예술가의 성찰`을 다루고 있는 이 전시는 역사적 순간에 반응하는 예술가들의 작업을 통해 격리와 고립에 대한 성찰을 보여줬다. 올봄 뉴욕의 예술공공기금은 신진예술가 50명을 초청해 지역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현재 상황을 성찰하도록 했다. 인종 차별과 시위, 갈등 격화에 대한 긴급성은 도시의 상호작용과 안전 그리고 생활을 완전히 바꿨다. 신진예술가들은 눈에 잘 띄는 공개플랫폼, 가령 버스정류장의 유리판과 같은 곳에 새롭고 반응이 빠른 작품을 만들어 제시했다. 불안과 격리의 시대를 접한 작가들의 발언은 "주민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도시에 대해 생각하고 참여하며 이웃, 친구 및 낯선 사람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뉴욕의 예술 프로젝트는 공공 미술이 `미적 공동체`를 통한 민주주의 기획임을 생각하게 한다. 예술이 보다 보편적인 가치와 인간성에 기초한 공동선을 추구하고 그러한 가치충돌과 논쟁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 공공이라는 미술의 영역임을 발언한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공공 미술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에 의견을 묻고 협업하는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 `서울은 미술관`이 비교적 그러한 문제에 접근해 있다. 또한 공공 미술이 기념비적인 것을 넘어서 공공의 메시지라는 가치를 제고하고 공동선을 실현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때 민주주의의 기획으로서 공공 미술이라는 영역이 부상할 것이다. 서울과 뉴욕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공공과 참여라는 실천의 영역이 미술에서 재정의되고 있다. 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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