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용길 세종충남대병원장
나용길 세종충남대병원장
2020년 올해는 많은 사람이 COVID-19를 빼고 자신의 한 해를 정리하기 힘들 것 같다. 아직 끝나지 않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COVID-19와의 현재 진행형 싸움 때문에 정리를 한다는 것이 어색하다. 한 때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며 다양한 의견 제시와 조언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조차도 사치스럽게 느껴지고 우선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부터 고민하고 챙겨야 할 것 같다.

COVID-19는 바이러스 감염과 그로 인한 건강 악화, 방역 위기, 집단 감염 등이 급박한 문제지만 상황이 장기화 될수록 사회 전반의 다양한 어려움을 야기한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 대한 시의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의료자원 분배의 문제부터 우울, 불안, 번아웃 등의 문제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미 코로나 블루, 코로나 우울증 등의 신조어가 생기면서 이로 인한 개인적 어려움 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여겨지게 되면서 심리방역이라는 새로운 개념까지 등장하고 있다. 작금의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마음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현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불확실한 루머나 낭설을 구분하고 정확한 사실을 기반에 두고 수용하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주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구별되지 않은 정보의 무분별한 수용으로 불필요한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COVID-19가 아직 경계해야 할 대상인 이유는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아직 그 정체를 충분히 알지 못해서이다. 공신력 있는 학자나 기관을 통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현재와 미래를 살아내고 계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규칙적인 일상을 유지하면서 신체적 건강 유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일상의 패턴이 무너지기 쉬운 대표적인 것이 수면-각성 리듬의 교란이다. 인간은 내재적 생체리듬이 있는데 규칙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기분, 인지, 신체적 건강이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변화된 일상에서는 수면-각성 리듬의 교란이 생기고 이로 인해 다양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규칙적인 일상을 유지하는 동시에 식이습관, 운동 등 기본적인 건강 유지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함께 이 상황을 버티고 이겨낸다는 연대의식, 공동체의식을 강화하는 것이다.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자칫, 관계의 단절과 고립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내 마음 상태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함에도 서로 심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지친 상황만큼 의지를 갖고 노력하지 않으면 단절과 고립이 심화되고 각자도생으로 심리적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하는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문자나 전화, SNS 등을 통해 어려운 상황에서 굳건히 견뎌내는 `우리`를 격려하는 노력의 실천을 나부터 먼저 해보자. 혹 주위에 감염자가 있다면 비난하고 탓하기보다 위로의 마음을 전달해보자. 작은 시도가 더불어 함께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음을 확인하게 해줄 것이며 오롯이 나에게 돌아와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이제 세계적으로 원 헬스(One health)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작금의 감염 사태를 경험하면서 나 혼자만 건강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내 이웃이 건강해야지 나의 건강을 담보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나를 둘러싼 생태계가 건강해야 내가 건강할 수 있다. 불안과 우울이 엄습하는 상황에서 자칫 경계하고 배타적인 태도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지만 나의 건강을 위해 내 이웃과 환경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길이며 이것이 원 헬스의 핵심 개념이다. With COVID-19 시대, 우리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더불어 함께 어깨동무하고 노력하고 견뎌냈으면 한다. 나용길 세종충남대학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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