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귀섭 법무법인 충청우산 대표변호사
신귀섭 법무법인 충청우산 대표변호사
1984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TV토론에서 56세의 먼데일 후보가 상대방 후보인 현직 대통령 레이건의 나이가 74세의 고령인 점을 문제 삼아 `그 나이에 대통령직을 잘 수행할 수 있겠는지?`의문을 제기하며 공격을 하자, 레이건 대통령이 "나는 이번 선거에서 나이를 문제 삼지 않겠다. 상대방 후보의 나이가 아직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이번 선거의 쟁점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라는 취지로 멋지게 받아쳐 결국 선거에 승리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또 우리는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듣고 있다. 얼핏 나이 듦에 대하여 상당히 위안이 되는 사례와 말로 이해된다.

사자와 코끼리는 야생에서 무리를 지어 집단생활을 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무리의 우두머리들의 마지막은 사뭇 다른 것 같다.

잘 알다시피 사자 무리를 이끄는 숫사자는 나이 든 말년에는 외부에서 들어온 젊은 숫사자와의 경쟁에서 져서 무리에서 쫓겨나 홀로 떠돌게 되는 반면, 코끼리 집단을 이끄는 나이 많은 암컷 코끼리는 죽을 때까지 무리의 존중을 받고 산다고 한다. 사자 무리에 있어서는 나이 든 지도자의 경험이나 지혜보다는 젊음의 힘이 무리의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고, 코끼리의 경우에는 나이 든 지도자의 경험과 지혜가 무리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코끼리 무리에서는 혹독한 가뭄으로 물을 찾기가 어려워졌을 때 나이 든 지도자가 과거에 비슷한 상황에서 물을 찾아 생존하였던 경험과 지혜로 물을 찾아내어 무리의 생존을 이어간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우리 인류도 집단생활을 하기 시작한 원시시대 이래 근대에 이르기까지 나이 든 노인들의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발전을 해 왔다.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오던 원시시대에 어디에 가면 먹을 수 있는 열매들이 많은지, 사냥은 어디에서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와 같은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보는 오래 살아서 경험이 많은 노인들의 지혜에 전적으로 도움을 받았을 것이고, 그 후 농경시대나 산업화된 근대에 이르기까지도 노인들은 어느 집단에서건 경험과 지혜가 가장 뛰어난 원로로서 존중을 받아왔다. 그러나 과학의 발달과 최근의 급격한 사회의 변화는 이러한 노인들의 경험과 지혜가 무용지물이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작금에 빈번히 발생하는 위기상황들은 어르신들도 평생 처음 겪어보는 일인 경우가 너무나도 많아 노인들의 경험과 지혜로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찾는 것은 한계에 이르렀다. 오히려 빠르게 진행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급격히 발달하고 있는 휴대폰 등 스마트 기기의 기술의 발전에 터 잡아 디지털 사회로 전환되고 있는 과정에서 노인일수록 이에 적응하지 못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늘날 구글이나 네이버 등 디지털 검색회사들이 제공하는 지식은 너무나 방대하고 광범위하여 노인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지식과는 비교조차 할 수가 없다. 이제 사람들은 지식을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을 통하여 얻을 뿐 노인들에게 이를 묻지 않는다. 이제 노인들의 경험과 지혜가 크게 필요하지 아니한 시대가 되었다. 노인들은 이제 노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존경받는 원로가 아니고, 자칫하면 현대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집단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현재 우리 노인들의 처지는 코끼리 무리의 지도자보다는 사자 무리의 지도자의 처지와 비슷하다. 슬픈 현실이기는 하나 그럴수록 노인들은 무리에서 추방되는 사자의 신세가 되지 아니하도록 방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다행히 요즈음 노인들의 건강상태도 좋아지고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평균수명도 늘어났다. 철저한 체력 관리에 교육수준까지 높아져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기도 길어졌다. 관건은 이러한 사회의 변화를 이해하고 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데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젊은 세대와 사이에 놓여진 문화적·사회심리적 차이를 줄여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복지법에서 정하고 있는 국가 공인 노인이 되다 보니 드는 생각이다. 신귀섭 법무법인 충청우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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