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의회, 철거 근거 담은 조례안 폐기…다시 고민 깊어진 충북도

청남대 안에 세워져 있는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동상. 사진=연합뉴스
청남대 안에 세워져 있는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동상. 사진=연합뉴스
[청주]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 안에 세워져 있는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 철거를 두고 충북도와 충북도의회가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이들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 철거 문제는 시민사회단체와 보수단체간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이에 충북도는 지난 5월 한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두 전직 대통령 동상을 철거해 달라는 건의를 접수한 뒤 내부적으로 동상 철거 방침을 세웠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도의원에게 동상 철거 근거를 담은 조례안을 대표 발의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동상 철거 공을 슬그머니 도의회로 넘겼다. 하지만 찬반 여론이 격화되자 도의회 역시 최근 이 조례안을 폐기하면서 공은 다시 충북도로 넘어갔다. 동상 철거에 대한 찬반 의견이 첨예한 가운데 충북도가 이 문제를 어떻게 결론지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3일 충북도의회에 따르면 두 전직 대통령 동상의 철거 근거를 담은 `충북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이 소관 상임위인 행정문화위원회의 동의를 거쳐 최종 철회됐다. 앞서 이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이상식 의원은 조례안 발의에 동참한 동료 의원 24명의 동의를 받아 조례안 폐기서를 지난 9일 의회 사무처에 제출했다. 이 조례안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동상 건립, 기록화 제작·전시 등의 기념사업을 중단·철회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이 의원은 충북 5·18민중항쟁기념사업위원회로부터 두 전직 대통령 동상을 철거해 달라는 건의를 접수한 충북도의 요청으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찬반 의견이 대립하면서 조례안 심사를 맡은 의회 행정문화위원회가 세 차례나 조례안 심사를 보류하자 이 의원 스스로 폐기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의회가 이 조례안을 폐기하면서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 철거 여부는 다시 충북도의 몫으로 돌아갔다.

일각에서는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 철거 여부를 두고 도와 도의회가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도민 갈등만 키운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청주에 거주하는 한 도민은 "도의 요청으로 이 조례안이 대표 발의됐지만 의회가 이 조례안을 철회하면서 의회와 집행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로 비춰진다"면서 "집행부와 의회 두 기관 모두 눈치 보기에 급급해 하지 말고 소신있게 도정을 임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편 충북도는 모든 방안을 염두에 두고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친 후 더 이상의 갈등 확산을 막기 위해 올해 안에는 결론을 내릴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도는 2015년 청남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초대 이승만부터 노무현에 이르는 전직 대통령 9명의 동상을 세웠다. 김진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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