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첫 전화 통화를 했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은 통화에서 한미동맹과 북핵문제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대응 등 공동 관심사에 대해 적극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고 한다. 북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척이 더딘 상황에서 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이 긴밀히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굳건한 한미동맹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정상궤도 진입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 특히 대북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 간 담판을 선호했다면 30년 이상 미 의회 상원외교위원회 활동을 이어온 바이든 당선인은 협상과 외교에 의한 문제 해결을 지향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비록 대선 캠페인 기간 중 원칙에 입각한 외교를 바탕으로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강조했지만 평소 대북관계에 있어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노련하고 까다로운 외교통으로 정평이 난 그의 등장이 북한을 더욱 고립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는 한미, 북미를 넘어 남북미 3자 간 새로운 관계설정을 강제하고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하나 바이든 당선인이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이를 인도·태평양 안보 번영의 핵심축이라고 언급한 대목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중국봉쇄를 목적으로 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라는 무언의 압력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축에 있어 북중관계나 중국의 역할 등을 감안하면 그 진의를 파악하고 우리의 입장을 알리는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하겠다.

내년 1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회복, 국민 통합 등 자국의 현안에 때문에 한반도 문제는 뒤로 밀릴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이렇게 되면 한미 간 외교 공백이나 북미 협상 지연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연속성을 유지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 한미의 긴밀한 협력으로 북미, 남북 간의 새로운 추동력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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