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대표 "일방 강행 없도록 하겠다" 입장 발표…당론 채택 등 백지화 노력 필요

[그래픽=대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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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 세종 이전을 일방적으로 강행하지 않겠다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1일 발언은 중기부의 세종행에 급제동을 걸면서 대승적으로는 현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추진 의지를 재차 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당 대표가 1개 부처 이전 논란으로 인한 잘못된 시그널의 발신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중기부 이전이 백지화된 것으로 볼 만한 당대표로서의 선명한 의사표현이 결여된 데다 `의견 경청`과 `신중한 결정`이라는 발언으로 미뤄볼 때 중기부 이전을 위한 공청회 개최 등 법적 절차 개시 자체를 막을 순 없다는 뜻으로 읽어야 한다는 정반대적 해석도 없지 않아 주목된다. 중기부 세종 이전 선언이 초래한 지역사회의 반발 여론과 불필요한 진통, 사회적 갈등 비용에 견줘 채 100자도 되지 않는 집권여당 대표의 짧은 언사에 중기부 대전 존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처럼 여기는 건 너무도 안일한 기대감에 불과하다는 혹평인 셈이다.

이날 충북 괴산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충청권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대전의 중소벤처기업부 이전 여부는 대전시민 의견을 경청하며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면서 "대전시민의 의견을 무시하며 이전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중기부 세종 이전과 관련한 집권여당 대표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이번이 처음인데, 지난달 16일 중기부가 행정안전부에 `세종이전의향서`를 제출한지 26일 만에 나온 것이다.

중앙행정기관의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 이전은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행복도시법)에 따라 대통령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정치적으로 집권여당 대표의 입장과 당론이 중대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측면에서 대전 시민들은 그간 민주당의 공식 입장 발표를 촉구해왔다.

이 대표는 일단 중기부 이전론이 유발한 지역사회의 격앙된 민심부터 달래는 게 먼저라고 현 상황을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민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강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해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면서 세종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박영선 중기부 장관에게도 그의 거침없는 행보가 지역 홀대와 일방통행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 대표는 중기부 이전을 언급하기 위한 대명제로 "균형발전을 확실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중기부의 탈 대전·세종행 문제를 국가균형발전의 범주에서 바라보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가 사실상 중기부 대전 잔류에 무게를 실은 것이란 긍정적인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분분하다. 시민 의견을 경청해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발언 때문이다. 행복도시법은 행안부가 중앙행정기관 이전계획을 수립하기 전 대국민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의견 경청의 법적 절차를 시작할 수 있는 퇴로를 열어준 것으로 읽힌다. 지역사회의 강력한 반발에 공청회 개최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행안부로서는 `의견 경청`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보라는 메시지를 여당 대표로부터 공개적으로 받은 셈이어서 중기부 이전 논의가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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