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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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곤뉴의 핵심인 꼬뜨도르(Cote d`Or, 황금언덕)는 꼬뜨드뉘(Cote de Nuits)와 꼬뜨드본(Cote de Beaune) 2개 지역으로 구성되는데, 부르곤뉴 그랑크뤼 레드와인 포도밭의 대부분인 24개가 위치한 꼬뜨드뉘는 `부르곤뉴의 샹젤리제`로도 칭해집니다. 꼬뜨드본 명칭이 중심 마을인 본(Beaune)에서 유래했듯이, 꼬뜨드뉘도 아래쪽 최대 마을(주민 5,500명)인 뉘쌩조르쥬(Nuits-Saint-Georges)에서 가져왔습니다.

꼬뜨드뉘의 다른 마을들과는 달리, 뉘쌩조르쥬에는 그랑크뤼 포도밭이 없습니다. 대신 최다인 41개 프르미에크뤼가 전체 포도밭 308ha의 절반에 가까운 145ha에 달합니다. 이는 소규모 그랑크뤼 마을 모레쌩드니의 전체 포도밭(135ha)보다도 넓습니다. 마을 이름 뉘쌩조르쥬는 19세기 말에 원래 이름 뉘(Nuits)에 프르미에크뤼 포도밭 레쌩조르쥬(les Saint-Georges)를 붙여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마을 남쪽에 위치한 레쌩조르쥬는 천 년 이상 전에 조성된 포도밭으로 정동향이기에 `가장 빛나는 포도밭` 대접을 받았었답니다.

AOC(프랑스 와인 지역 공식 명칭) 뉘쌩조르쥬는 뉘쌩조르쥬 마을뿐만 아니라 바로 아래 남쪽 마을 프레모(Premaux) 포도밭도 포함합니다. 프레모 마을의 프르미에크뤼밭에는 부르곤뉴 유명 도멘들의 독점밭들이 있습니다. 제일 남쪽의 끌로데마레샬(Clos de Marechale)은 메종 패블리(Faively)가 임차해서 운영하던 곳인데, 2004년부터 원소유주인 자끄 프레데릭 뮤니에(Jacques Frederic Mugnier)가 다시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중간에 꽁뜨 리제-벨에르(Comte Liger-Belair)의 끌로데그랑드비뉴(Clos des Grandes Vignes)와 프리에레 로끄(Prieure Roch)의 끌로데꼬르베(Clos des Corvees)도 있습니다.

뉘쌩조르쥬 와인은 마을을 기준으로 남쪽 와인들은 밀도 높고 화려한 향과 강건한 파워감에 샹베르땡과 유사하고, 북쪽 와인들은 인접한 본로마네의 풍만하고 묵직한 스타일입니다. 동호회 클래식와인 모임에서 최근 3차례에 걸쳐 뉘쌩조르쥬의 마을 단위 와인 4종과 프르미에크뤼 와인 5종을 맛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뉘쌩조르쥬 프르미에크뤼 와인들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즈브레-샹베르땡과 본로마네 마을급 와인들 가격 수준이기에, 기회가 되면 뉘쌩조르쥬 전문 도멘 앙리 구쥬(Henri Gouges) 등의 가성비가 좋은 프르미에크뤼 와인을 맛보시길 권유합니다.

작년 11월말 투어에서 놓쳐 다음 기회에 꼭 가보고 싶은 뉘쌩조르쥬 포도밭 중 하나가 샤또 그리(Chateau Gris)입니다. 부르곤뉴에서는 보기 힘든 샤또 스타일의 와이너리인 샤또 그리는 마을 근처 가파른 경사면에 위치한 프르미에크뤼 독점밭 레크로(les Crots) 위쪽에 세워진 성으로, 1920년대부터 포도밭 이름으로 대신 사용되고 있습니다. 샤또답게 약 1.2 km의 외벽으로 보호되어 있는 샤또 그리는 1978년부터 부르곤뉴 대형 매종 알베르 비쇼(Albert Bichot)가 소유하고 있는데, 제겐 우아함과 동시에 강렬함의 뉘쌩조르쥬만의 특징을 잘 표현하는 와인입니다.

꼬뜨도르 투어의 베이스캠프로 삼았던 뉘쌩조르쥬 마을 에어비앤비 숙소 바로 옆의 도멘 ㅤ모왈라르(Moillard)를 방문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1850년에 설립된 모왈라르는 중견급의 도멘인데, 잘 정돈된 스테인레스 슥성통과 1/2/3차 와인향을 직접 맡게하면서 설명하는 장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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