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핵심 (고재현 지음/ 사이언스북스/ 400쪽/ 2만 2000원)

21세기 들어선 시점에서 왜 빛과 광기술이 강조되는 것일까? 휴대폰 화면의 빛으로 시작해 빛과 함께 끝나는 하루는 물론이고, 우리는 빛으로 세상을 보고 느끼며 정보를 주고받는 한편 우주의 탄생 무렵 과거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갑작스럽게 맞이한 비대면 시대에도 광통신과 디스플레이 기술을 토대로 세상은 서로 연결돼 있으며 인류는 현재를 헤쳐나가 다시 미래로 향할 것이다. 20세기가 전자의 세기라면 21세기는 빛의 세기다.

이 책은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명멸하는 빛의 의미와, 빛의 기초한 광기술의 현재를 가장 알기 쉽게 안내해 주는 책이다. 이 책을 쓴 저자는 한림대학교 나노 융합 스쿨 교수로서 디스플레이 광학과 조명, 응집 물질 분광학 등 빛의 응용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이렇게 빛에 대해 강조하는 것인가?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과 빛 데이터의 구호가 많은 지금은 혁신적 기술에 대한 요구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전 지구적 기후 변화와 환경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과학자, 공학자 등의 노력도 더 빨라지고 있다. 지구 전체 발전량의 무려 4분의 1을 소비하는 조명 기술도 예외는 아니다. 결국 빛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해 좀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아울러 빛과 전자기파의 본성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은 20세기다. 최근에는 디스플레이나 광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의 삶을 바꾸고 있고 IT문명의 혁신에 기여한 빛의 기술은 이제 유전학과 같은 낯선 분야에도 진출하기도 한다.

사실 먼 과거 인류의 조상들은 조명도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을 느낄 수 있는 눈의 도움으로 맹수를 피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우리는 빛으로 세상을 보고 느끼며 정보를 주고받는다.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광기술이 없는 세상, 빛으로 연결되지 않는 세상은 이제 상상하기 힘들다. 그리고 저자는 그 빛은 우리를 먼 과거로 연결해 주기도 한다고 강조한다.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일어난 폭발인 `빅뱅`의 잔해로 남은 빛을 찾아 우주의 기원을 파악하기도 하고 더 멀리서 온 빛을 볼 수 있는 차세대 우주 망원경을 준비해 더 오래된 과거를 추적하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일반독자들도 빛을 통해 보는 세상을 그리고 싶다고 설명한다. 특히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우주로 올려보내는 탐사선 활동 속에, 조명 기술 속에, 빛의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지 알려주고자 한다. 인류의 발전과 빛의 발전은 그 맥을 같이 하기 때문에 광기술의 원리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두게 되면 세상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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