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세종행 국가균형발전 근본 취지 어긋나...정부서도 정책 벗어나 곤혹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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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급 외청인 중소기업청 시절부터 22년 동안 비수도권 지역인 대전에서 성장해온 중소벤처기업부가 인접한 세종으로의 이전을 선택하면서 국가균형발전 담론이 함축하고 있는 수도권 과밀 해소 원칙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행정부 18개 부처 가운데 신생부처의 독자적인 세종행 현실화 가능성을 넘어 중기부가 쏘아 올린 작은 공으로 국가균형발전의 함의와 명분이 의심의 대상으로 전락한 채 결국 정책실패로 귀착되는 갈림길에 서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적지않다. 지난달 16일 중기부가 `세종이전의향서`를 행정안전부에 제출한 뒤 대전 시민사회 민심이 요동치고 있는데도 여권에서 한 달 가까이 이렇다 할 메시지 하나 내놓지 못하는 것도 참여정부로 거슬러 올라가는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치명적인 자가당착을 우려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냉철한 분석도 흘러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깃발을 올린 국가균형발전론은 크게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과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2002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의 충청권 행정수도 공약 발표, 당선 후인 2004년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제정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 세종은 2012년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출범했다. 2005년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골자로 추진된 혁신도시는 대전과 충남을 제외한 전국 11개 광역시·도에 조성돼 18개 공기업 포함, 153개 기관이 분산배치됐다.

그 사이 대전에 거주하던 10만 3343명(2014-2018년)이 세종으로 이삿짐을 꾸리면서 150만 인구는 붕괴됐고, 혁신도시발 공공기관 이전과 지역인재 채용, 인구 유입에 따른 지역 성장에서 대전은 소외돼 왔다. 지난 20년 핵심국정과제로 추진된 국가균형발전이 대전·충남의 희생과 역차별을 토대로 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증폭되는 배경이다.

중앙행정기관의 중앙-지방 배분, 비대화한 수도권 인구 분산, 국토균형발전을 상징하는 정부대전청사에 1998년 입주한 중소기업청에서 불과 3년 전 독립부처로 격상된 중기부가 세종행을 선언한데 대해 대전 시민사회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기부 세종 이전이 광의적으로 세종시 빨대효과와 국가균형발전의 정책적 실패를 내포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선 비수도권 공공기관의 이전(비수도권↔비수도권 및 비수도권↔세종)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규정하고 있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상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심의·의결 사항으로 비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을 추가하자는 주장이다. 중기부 사례처럼 `정부대전청사 또는 이미 비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는 기관은 세종 이전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2005년 정부의 `중앙행정기관 등 이전계획 고시` 무력화 시도를 원천봉쇄하면서 투명한 이전 공론화 절차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세종 이전기관 종사자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비판 받는 아파트 특별공급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여론도 확산하고 있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국토교통부령) 등은 세종으로 이전하는 국가기관과 지자체, 공공기관 종사자는 물론 기업, 연구기관 등 민간에도 특공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비수도권 이전 기관 예외조항을 넣어 볼 만한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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