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질환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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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속 구석구석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액이 잘 흐르기 위해서는 잘 뚫린 혈관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잘못된 식습관, 흡연, 스트레스, 과로 등 다양한 원인들이 혈관질환을 일으키고 있다. 혈액이 원활히 움직이는 가운데 어느 한 곳이라도 막혀 제대로 순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혈관질환이란 심장혈관뿐 아니라 신체의 모든 혈관에서 어떤 원인에 의해 혈관이 좁아져서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심장질환인 협심증과 심근경색, 그리고 다양한 말초혈관 등 모든 질환이 혈관질환에 포함되는데 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다. 뇌혈관질환과 심장혈관질환을 같은 혈관질환이라고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국내에서는 암보다도 사망률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원인=혈관이 좁아지는 대부분의 원인은 동맥경화이다. 혈관 안에 노폐물이 쌓여 생기는 혈액순환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이고, 이외에도 태어나면서부터 선천적으로 혈관이 문제가 있는 경우, 혈관 내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으며, 이는 주로 젊은 여성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혈관 내부가 좁아져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몸 안에 노폐물, 피떡 같은 것들이 혈관 내에 돌아다니다가 작은 혈관을 막아서 생기는 색전증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질환들이 혈관질환을 잘 일으키게 하는 위험인자가 된다. 이외에도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은 상태인 고지혈증, 흡연, 가족력, 비만인 경우 호발 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일 큰 위험인자는 고혈압이다. 고혈압은 혈액순환을 막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모든 생활요법 등을 잘 지켜도 혈압조절을 하지 않으면 효과를 볼 수 없다.

◇증상=혈관질환은 하루아침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꾸준히 오랜 시간에 걸쳐 나타나며, 심장을 포함한 우리 몸 모두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아주 다양하다. 우선 심장에서부터 나타나는 증상은 대표적으로 가슴통증이 있고, 어떤 경우에는 통증 없이 등산할 때 숨이 차는 증상도 있다. 애매한 증상이 있을 수 있는데 배가 아프다거나 턱이 아픈 경우, 어깨가 아픈 경우도 있는 등 개인차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심장내과가 아닌 치과, 정형외과, 심지어는 내시경 검사를 할 때 심장병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여기까지는 심장혈관에 혈액순환이 나타나지 않아서 생기는 증상이고 때로는 혈관질환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고혈압이 있는데 약을 3-4가지 복용해도 혈압조절이 안 되는 경우, 성인병이라고 불리는 고혈압이 아주 어린 초등학생 혹은 중·고등학생일 때 생기는 경우 등이다. 또 걸음을 많이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다리가 저리거나, 발바닥 쪽으로 피가 많이 안가면 발가락 색이 변하고, 심한 경우 조직이 괴사돼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진단=건강을 체크하기 위해 종합건강검진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각종 검사를 통해서도 심장병을 진단하지 못해 나중에 심근경색 쇼크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심장질환 검사는 심전도검사지만, 심근경색이 아닌 협심증일 때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일반 심전도 검사를 보완하기 위해 운동부하심전도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운동부하심전도검사는 러닝머신기구를 이용해 달리면서 심전도 검사를 하는 것으로, 달리는 동안 심장운동의 변화를 관찰하게 된다. 하지만 이조차도 100% 진단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심혈관조영술, 핵의학 검사, 심초음파검사 등 복합적인 검사를 통해 진단해야 한다.

◇치료=혈관질환의 가장 기본이 되는 치료법은 약물치료이다. 혈관질환의 위험인자인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에 대한 적극적인 약물치료를 말하며, 약물치료를 하는데도 가슴통증이 지속되고 호전이 없을 경우에는 혈관을 넓히는 치료를 한다. 이미 많이 알려진 스텐트 시술은 좁아지거나 막힌 혈관에 가느다란 철사를 넣어 풍선을 이용해 혈관을 넓힌 후, 다시 좁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철망(스텐트)을 삽입하는 치료다. 다리 혈관이 막히면 최악의 경우 하지를 절단해야 하기 때문에 혈관이 심하게 좁아져 있다거나 피의 흐름이 제한돼 있다면 반드시 시술해야 한다. 혈관이 꼬불꼬불하다든지 스텐트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으면 최후의 방법인 혈관이식수술을 해야 한다.

배장호 건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혈관은 최악의 상태가 되기 전까지 묵묵히 일한다. 조금씩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혈관질환은 침묵의 살인자라고도 불린다"며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됐다면 혈관확장술이나 여러 가지 치료로 치료를 해볼 수 있지만 재발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모든 질환이 그렇듯 치료하기 이전에 예방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성직 기자·도움말=배장호 건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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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장호 건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배장호 건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정성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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