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 한남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사)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사장
강신철 한남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사)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사장
반가운 소식이 있다. 최근 작은 책방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대전시에는 15개가 있는데, 지난 2016년 5개에서 4년 사이 3배 가량 늘어났다. 이들 동네 책방들은 기존의 서점과 달리 제각기 특색 있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원신흥동 <그림책방>은 주부들이 수시로 모여 그림을 그리면서 책 이야기를 나누는 곳으로 알려졌다. 대흥동 <가까운 책방>은 그래픽 노블이라는 그림과 소설이 결합된 새로운 장르의 책을 살 수 있고, 차를 마시면서 고준담론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곳이다. 노은역 근처 <마르타의 서재>는 책을 사러 온 고객들에게 심리상담을 해주는가 하면, 오류동 <잠시, 서점>에서는 작곡부터 자수 놓기 등 고객들이 다양한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동네 책방은 이렇게 어른들이 노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어린이들의 놀이공간으로도 자리잡고 있다. 중리동 <책방 정류장>은 늘 어린이들이 재잘거리며 노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책방에 들러 동화책도 읽고 식물도 키우면서 논다. 그밖에 은행동 <다다르다>, 지족동 <책방 채움>, 반석동 <버찌책방>, 갈마동 <삼요소>, 대동 <머물다 가게>, <행복의 온도>, 어은동 <우분투 북스>, 신성동 <이도저도>, 복수동 <노란우산그림책까페> 등 저마다 특색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동네 책방들이 대전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아낙네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던 빨래터도 사라지고, 청년들이 매끼 꼬면서 동네 소식도 듣고 대화를 나누던 사랑방도 사라진 지금, 우리에게는 잠시 들러 세상 사는 이야기 나누며 격조 있는 대화를 나눌 공간이 필요하다.

온라인 서점과 가격경쟁에 밀려 많은 서점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 소중한 문화공간으로 새로 등장한 동네 책방들을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가게로만 생각하면 머지않아 이들도 우리 곁에서 사라질지 모른다. "책방이 없어지면 슬플 거에요. 친구들과 놀 공간이 없어질 테니까요." 책방이 없어지면 어떨까라는 기자 질문에 울먹이며 대답하던 한 소년의 얼굴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우리 후손을 위해서라도 책방은 어른들이 지켜야 하지 않을까? 강신철 한남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사)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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