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 대전 잔류 재차 촉구…진 장관, "대전시민 민심 격양 우려감 표명"

중소벤처기업부의 탈대전·세종행 선언으로 대전 시민사회 민심이 급속히 얼어붙으며 정치쟁점화되자 부처 이전 권한을 가진 행정안전부가 `달걀 섬 다루듯` 지역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종행 당사자인 중기부가 이전의향서 제출로 행안부에 공을 넘기며 뒤로 빠진 상황에서 자칫 폭발성 강한 뇌관을 잘못 건드렸다가 홀로 후폭풍을 감당해야 할지 모른다는 낭패감도 감지되고 있다.

9일 대전시에 따르면 이날 세종청사에서 허태정 대전시장과 진영 행안부 장관 간 이뤄진 중기부 이전 관련 면담에서 진 장관은 "대전시민들의 민심이 격양되고 있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앞으로 시간을 두고 시민 의견수렴 절차를 충분히 가질 것이며 대전시 입장도 고려해 절차를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시 대변인실이 전했다.

비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을 세종으로 이전하는 것은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세종시 건설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2005년 세종시 설치를 위한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에서 대전청사 또는 비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는 기관은 제외한다는 이전기관 선정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허 시장의 중기부 대전 잔류 촉구에 대한 답변이었다.

앞서 지난 10월 말 박영순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등 지역구 의원과 면담에서도 진 장관은 "법적 절차에 따라 추진과정에서 대전시민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크게 달라진 것 없는 원론적 입장이지만 허 시장과 이날 면담은 오후 3시부터 40여 분 간 이어졌고 진 장관 스스로 대전지역의 민심 격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행안부가 일단 지역 여론 달래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전구청장협의회 회장이자 중기부가 입주해 있는 정부대전청사 관할구청장으로 이날 면담에 동행, 참석한 장종태 서구청장은 "진 장관이 허 시장과 저의 중기부 대전 존치 등 얘기를 귀 기울여 듣고 상당히 긍정적으로 수용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장 청장은 "중기부 세종 이전은 대전시 전체의 현안인 동시에 중기부를 품고 있는 서구 입장에선 더욱 묵과할 수 없는 중차대한 문제로 시민과 구민들의 성난 여론을 가감 없이 전했다"면서 "중기부를 세종으로 이전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문제를 오래 고민하거나 질질 끌면 대전의 여론이 수습하기 힘들 정도로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말도 했고 진 장관이 공감하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면담은 당초 진 장관과 허 시장이 배석자 없이 진행하려 했으나 허 시장의 요청으로 장 청장 참석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청장은 "중기부 세종 이전에 관한 문제만큼은 대전시와 5개 자치구가 한몸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구청장협의회는 지난달 말 "수도권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벤처기업이 있고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있는 도시, 대전이야말로 중소·벤처기업 관련 정책 수립과 지원에 최적화된 곳"이라며 중기부 세종 이전계획 철회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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