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지인이 공방을 개업했다. 축하 인사를 하러 갔더니 공방 앞에서 파는 붕어빵 맛이 일품이라며 붕어빵 두 개를 건넸다. 과연 그 맛을 보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러고 보니 그 많던 붕어빵 가게가 다 어디로 갔을까? 처음 붕어빵이 국민 간식이 된 건 1997년 IMF를 겪으며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대거 붕어빵 장사를 시작하면서다. 2000년대는 붕어빵의 황금기였다. 1999년부터 붕어빵이 프랜차이즈화되면서 지점이 빠르게 늘어났고, 김치·슈크림 등 다양한 맛까지 등장해 남녀노소 입맛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물가가 상승하면서 도심속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 사라지고 있다. `겨울 서민 간식=붕어빵`이란 공식도 깨졌다. 무허가 점포 단속과 코로나19의 여파로 거리의 점포가 더욱 감소세로 접어든 것.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붕어빵 노점 수는 2년 전에 비해 10-20% 가량 줄었다. 수익이 줄어 붕어빵을 창업할 요인이 적은 데다가 기존에 붕어빵을 팔던 이들도 문을 닫는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전지역 일대 붕어빵 한 개는 300원부터 700원까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평균 시세 `1000원에 5`개는 옛말이 돼버렸다. 이는 붉은 팥의 가격 상승 탓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산 팥(붉은 팥) 40kg 도매가격은 19만 7400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13.8% 증가했다. 수지타산이 맞으려면 가격을 인상해야 하지만, 저렴하고 푸짐하다는 붕어빵 특성상 가격 인상이 어려워 수익은 오히려 줄었다. 동네마다 `장사 잘되는 그 붕어빵집 주인 아줌마 차량이 벤츠더라`라는 낭설마저 사라졌다.

청와대와 국회에선 지키지도 못할 말만 무성하지 경기 침체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오늘부터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다. 고용한파 속 서민들에게 `빵틀 정책`보다 실속 꽉찬 경기부양책이 필요할 때다. 문득 썰렁한 우스갯소리 한 토막이 생각났다. Q:붕어빵 장수가 전직(轉職)한다면. A: 정치인. (말을) 잘 뒤집으니까. 김하영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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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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