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도상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연구본부장
조도상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연구본부장
2020년 수학능력시험이 12월 3일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시험 당일 10시 30분에서 시작되는 2교시 수학문제를 100분 동안 풀어야 한다. 성적의 관건은 소위 킬러문제로 알려진 서너 개의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는 꾸준히 수학교육 내용의 축소로 출제 범위가 줄어들어 변별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개입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교육의 의존도를 높이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2018년 고교 입학생부터 적용된 10차 고교 수학 교과 개편안에는 `행렬` 단원이 완전히 빠졌다. 여기에 더해서 `벡터` 단원은 대부분의 학생이 수강하지 않는 `진로선택 과목`으로 편성됐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고등학생은 행렬과 벡터를 배울 기회를 잃었다. 이러한 정책은 학습 부담과 사교육비 경감을 주도하는 시민단체의 주장과 교육 과정을 총괄하는 교육부에 의해 결정됐다.

행렬과 벡터는 인공지능(AI) 시대에 가장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수학이다. 특히 행렬은 AI에서 데이터의 공간 변환, AI 망 최적 설계, 확률의 추출 과정에서 필수적 도구다.

한편 딥러닝은 학습 과정에서 내부 연결망과 그 매개 변수들을 최적화한다. 이 과정을 완성된 AI 모델의 성능은 사물 인식 분야에서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지 오래다. 또한 AI의 최적화 과정에서 수학의 `미분` 개념이 사용된다. 마지막으로 AI의 판단은 계산된 확률에 근거해 이뤄진다. AI는 가장 확률이 높은 답을 정답으로 제시한다. 확률값의 정확성에 따라 AI의 성능이 결정된다. 또한 확률과 통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AI 모델에서 정보이론, 게임이론, 이산수학 등 고급 수학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에서 중요한 물체의 인식은 카메라에서 제공된 2차원 영상자료인데, 이러한 영상자료는 픽셀의 크기로 결정되는 행렬로 표현된다. 이러한 행렬의 분석을 통해 보행자와 도로 주변의 사물을 인식하고 주행을 해나간다. 또한 AI가 인식하는 것은 계산된 확률값에 의존한다. 이러한 확률값은 학습데이터의 양에 비례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영국, 미국, 싱가포르 등에서의 고교 수학교육은 한국보다 `깊고 다양하게` 가르친다. 대수학(정수론·선형대수 등), 해석학(미·적분 등), 기하학(벡터 등), 확률·통계 등 전 분야에 걸쳐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AI가 2022년까지 1억 33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7500만 개의 기존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결국 앞으로는 누구든 AI 지식과 관련 수학의 기초 없이는 취업이 어렵다는 전망이다. 인문계열, 자연계열, 예체능계열 등 분야와 상관없이 우리나라 모든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AI에 필요한 수학 기초 개념을 교육돼야 한다. 학습 부담 경감의 논리에서 벋어나 미래세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최소한의 수학 기초의 개념에 대한 교육은 고교과정에서 다뤄져야 하고 대학의 심화과정을 통해 연계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교 수학교육의 목적이 대학입시의 공정성과 변별력에 맞춰져 있다는 사실이 많은 소모적 논쟁을 불러오고 있다. 단순한 문제풀이 방식의 평가는 틀리지 않기 위한 반복적 학습위주의 사교육 부담만 가중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4차 산업시대의 급격한 산업변화를 경험하게 될 미래세대의 경쟁력 확보에서도 수학교육의 내용과 방법, 목적 등에 전면적인 재고와 논의가 시작돼야 할 것이다.

AI에서 활용되는 수학적 개념이 고등학교 교실에서 교육되고 평가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면 최소한의 개념 이해와 활용의 예를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자료의 제공을 통해 학생들의 수학공부의 동기유발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제 수학은 더 이상 문제풀이나 하는 것이 아니며 또 아름다운 학문을 하는 수학자들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AI 시대의 새로운 삶에 도전하고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갈 인재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조도상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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