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전청사 건립 목적 균형발전 산물
'부처간 협업 애로' 주장은 군색한 변명
지역 역량결집으로 대전 잔류 사수해야

맹태훈 취재3부장
맹태훈 취재3부장
`중기부 세종 이전`. 최근 대전 지역에서 이슈의 중심에 서있는 키워드이다. `코로나19`, `독감백신`, `집값 폭등`…. 전국적인 핫이슈와 비견될 만큼 대전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행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이 같은 논란의 촉발은 중기부가 대전에 위치한 본부 조직의 세종 이전을 위한 `세종 이전 의향서`를 지난달 중순 행정안전부에 제출하면 서다. 이어 지난달 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중소·벤처기업 및 소상공인 정책의 성공적인 추진과 국가경쟁력 강화, 행정수도 완성 등을 위해 세종 이전 추진`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또한 다른 경제부처와의 효율적 정책 연대 및 긴밀한 협업을 세종 이전의 당위성으로 꼽았다. 중기부의 세종 이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청`에서 `부`로 승격한 2017년 세종 이전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당시 김부겸 행안부 장관이 나서 "대전에서 자리 잡고 있는 부처까지 세종으로 집적(集積)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 일단락이 됐었다.

이처럼 중기부의 세종에 대한 애정공세(?)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중기부는 국토 균형발전의 산물로 1998년 대전에 내려왔다. 현재 중기부가 입주해 있는 정부대전청사의 건립 목적은 수도권 특히 서울의 집중화를 막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국가 중앙행정기관을 분산하는 데 있었다. 외청 단위는 굳이 청와대와 가까울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이전 명분이 주어진 것이다. 이렇듯 정부대전청사는 수도권에 집중됐던 행정수요를 분산시켰을뿐더러 20여 년간 시민과 동고동락하며 대전의 일부가 됐다. 이 기간 정부대전청사를 중심으로 서구 둔산동 일대는 변혁이 이뤄졌고, 청사 인근 상권도 대전의 핵심 상권으로 성장했다. 이전 초기 해당 공무원들은 자녀교육 등의 문제로 대전 안착이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상당수 직원이 대전에 집을 마련했다. 중기부의 경우만 봐도 500명의 상주직원에 가족까지 포함하면 대전시민이 2000명에 달한다. 결국 정부청사의 대전행은 국토 균형발전의 대표성을 갖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이는 중기부의 탈(脫) 대전 행보에 반발 여론으로 작용하는 부분이다. 더욱이 수도권 집중 해소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탄생한 정부대전청사의 건립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자칫 자치단체 간 비수도권에 둥지를 튼 공공기관의 유치 경쟁도 초래할 수 있다. 중기부가 내세운 세종 이전 명분에 대해서도 지역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타 부처와의 업무 협업의 경우 대전과 세종의 물리적 거리는 승용차로 30-40분 소요되는 등 여느 자치단체보다 인접해 있고 비대면 업무환경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는 요즘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사무공간 협소 부분도 대전시와 독립청사 신축 등 대안을 찾을 수 있는 부분으로 상생의 길이 열려있다. 이렇게 되면 임시청사 활용과 이사 비용 등 이전에 소요되는 예산낭비도 막을 수 있다.

대전의 입장에선 각종 부작용도 우려된다. 우선 혁신도시 지정으로 신성장동력을 마련한 상황에서 중기부 탈 대전은 대형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기업은행을 유치해 `중소기업 혁신도시 대전`을 기대했던 혁신도시 조성 목표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기업은행은 현재 금융위원회 산하기관이지만 국회에서 중기부로의 이관 논의가 한창 진행 중으로 혁신도시 간 유치 경쟁에서 중기부의 대전 잔류는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인구유출 심화도 큰 걱정거리다. 가뜩이나 세종으로의 인구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기부의 세종행은 대전 인구 감소의 기울기를 더 가파르게 만들 수 있다. 인구유출은 단순히 인구수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지역의 생산능력 등 각종 경제지표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기부 이전론이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이 같은 부작용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중기부 대전 잔류는 반드시 관철시켜야 하는 최대 현안이다. 지역의 정관계·경제단체 등이 나서 슬기를 모으고 시민사회까지 역량을 결집해 대전 잔류를 사수해야만 한다. 맹태훈 취재3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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