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아파트 전세가격이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3법의 시행 여파와 가을 이사철이 겹치면서 전세수급 불균형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4일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 달 기준 전국의 전세수급지수가 191.1을 기록, 전세수급동향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7월 이후 처음으로 190을 넘어섰다. 충청권에서는 대전 191, 충남 188.6, 세종 188, 충북 190.8을 각각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였는데 특히 대전은 2016년 11월(193.1) 이후 3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부족이 심하다는 의미다. 전세대란이 서울과 수도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 됐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전셋값 급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임대차법이 지목되는 상황에서 문제는 정부가 이렇다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대기간을 늘리는 세입자 보호조치와 전월세상한제 등은 실수요자와 서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임이 분명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공급 감소 효과로 이어지는 양면성을 지닌다. 실제 시장에서는 임대차법 시행 이후 재계약이 많아지고 월세 전환도 늘면서 전세매물이 평년 보다 크게 줄어들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때문에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이 대책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지만 단기간에 효과를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가 표준임대료나 전월세상한제 확대, 대출 규제 등 여러 대안도 들여다본 모양인데 정작 이를 적용하는 데는 난색을 표하는 모양새다. 혹여 투자수익률을 낮춰 공급 위축, 품질 저하 등을 불러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전세시장 안정화를 위한 방안이 시급하지만 선뜻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이고 지방 대도시에 이르기까지 전세 신고가가 속출하는 등 전세값은 연일 급등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전에서는 두 달만에 전세가격이 2억원이나 올랐다는 아파트 단지가 있을 정도다. 당정은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후속 대책을 논의 중이고 정리되면 곧 발표하겠다고 언급했지만 수주일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서 정부의 고민도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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