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이전 찬성 세종시에 지하철 연결… 통합 논의 대전 잔류 명분 무력화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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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정 대전시장이 장기 어젠다로 주창한 `대전·세종 통합론`이 중소벤처기업부(정부대전청사 소재) 세종 이전 저지를 공언한 대전시에 오히려 자충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행정수도와 국가균형발전 완성, 양 지역 상생을 내세운 통합 논의가 역설적으로 중기부 대전 잔류의 명분을 무력화하고, 대전시 차원의 강력한 이전 백지화 대책 마련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대전시가 정치적 해결에 무게를 싣는 것도 지역통합론으로는 세종시 이전 저지를 위한 운신의 폭이 좁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허 시장은 지난 7월 말 "대전과 세종은 이미 공동생활권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행정수도의 실질적 완성과 균형발전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운명공동체"라며 세종시에 통합 러브콜을 보냈다. 허 시장은 당시 "대전-세종이 통합하면 200만 이상의 광역도시로 행정수도 기반이 됨은 물론 중부권의 한 축이 되어 국가균형발전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통합 상대인 세종시는 시기상조라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고 10월 말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춘희 세종시장은 "통합 취지에는 찬성이다. 다만 행정통합은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바로 찬성한다는 답은 못 드리겠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강경한 어조로 행정통합 불가론을 고수해온 이 시장이 지난 3일 허 시장과 `2020 대전-세종 상생협력 업무협약식`에서 "두 도시가 하나로 합친다는 생각을 갖고 상생협력으로 시작해서 더 나은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통합 제안 수용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반면 "서울에 남아 있는 청 단위 기관들을 대전으로 이전시키고 대신 정부부처들은 정부청사가 있는 세종에 와서 하나의 클러스터를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며 사실상 중기부 세종 이전 추진을 공식적으로 찬성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이는 중기부 이전과 관련해 "대전과 세종이 갈등할 사안이 아니다. 세종은 세종대로 발전을, 중기부는 대전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허 시장의 발언 직후 나온 것이었는데 공개석상에서 두 광역단체장이 중기부 세종시 이전에 대한 명확한 입장차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이를 두고 지역 정·관가 일각에서는 대전·세종 통합 논의에서 `맏형` 역할을 하고 싶은 허 시장이 세종에 각종 지원을 쏟아 붓는데 따른 일종의 `호혜`로 세종시가 지역통합에서 열린 자세로 전환하는 동시에 중기부 이전의 허를 찔러 실익을 챙긴 묘수였다는 촌평이 나돌 정도다. 중기부 세종 이전이 지역사회 이슈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전 수혜지역인 세종에서 중기부 이슈가 터져나올 공산이 큰데도 세종시와 최소한의 교통정리도 하지 않아 협약식에서 중기부 이전을 둘러싼 이견을 노출하고 그 결과 또 다른 퇴로를 열어줬다는 혹평도 흘러 나온다.

반면 세종시 숙원인 `대전도시철도 1호선 세종 연결사업`은 상생협약식에서 양 지역 공동건의문까지 도출됐다. 대전 유성구 반석역에서 멈춰서는 1호선 도시철도가 시계(市界)를 넘어 세종터미널 등을 거쳐 정부세종청사까지 14.02㎞를 추가 운행하는 게 핵심이다. 광역교통망 확충으로 시세(市勢)를 확장하려는 세종시의 현안사업이다. 대전 구간은 3.7㎞에 불과하고 세종 구간이 74%에 달하는 10.32㎞다. 1조 548억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필요한 대형토목사업이다. 일각에서 세종으로의 대전 인구 유출 심화, 반석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상권 침체 우려가 나오는 마당에 대전시가 사업 조기 추진에 팔을 걷고 나선 꼴이다. 이 시장은 협약식에서 "허 시장의 흔쾌한 동의로 공동 추진한다. 통 큰 양보에 감사하다"고 수차례 사의를 표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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