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배신 (마이클 포터·캐서린 겔 지음/ 박남규 옮김/ 매일경제신문사/ 292쪽/ 1만 6500원)

권력의 배신
권력의 배신
"왜 정치는 국민의 뜻을 저버리기만 할까."

세계적인 경영학 구루 마이클 포터가 기득권의 도구로 전락한 정당 민주주의의 위선을 경영학적 해부로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저자는 `정치-산업, 유권자-소비자 정당-기업`의 틀로 정치를 분석하는 `정치 산업` 이론을 주장하며, 거대 정당이 장악한 정치 시스템의 진실을 들여다본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우리에게는 붕괴된 것처럼 보이는 현재의 정치는 철저히 설계된 대로 순항 중이다. 문제는 정치 권력이 국민의 이익을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대로라면 기득권을 장악한 두 거대 정당만이 승리하고 국민은 패배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 시스템은 헌법에 기반한 원칙과 절차를 준수하는 공적 제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현재 미국 정치 시스템은 자기 잇속만 챙기는 사람들로 가득 찬 산업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미국 정치에 기업의 경쟁 전략을 분석하기 위해 개발한 `5가지 경쟁요인 모델(5 Forces Model)`을 미국 정치에 적용해 `바람직한 경쟁의 힘`이 의도적·체계적으로 무력화되는 메커니즘을 파악한다. △기존 경쟁의 성격 △구매자(유권자)의 힘 △공급자(정당)의 힘 △대체품(무소속 정치인) △신규 진입자(신규 정당)를 적용했을 때, 일명 정치 산업에서는 국민의 이익을 위한 바람직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오로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공화당과 민주당의 싸움, 법안 통과·저지를 위한 불필요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정치권에 로비하는 기업과 언론도 불건전한 경쟁 체제 유지에 공모하고 있어 책임을 피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미국 대선 광고는 미국에서 가장 비싸다는 슈퍼볼 광고 규모를 뛰어넘는 조 단위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는 정치인뿐 아니라 로비스트, 캠페이너 등이 활약한다. 이를 따져보았을 때도 정치는 충분히 경제·산업 차원 분석이 가능한 영역이다.

책은 미국의 정치를 분석한 것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폐단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게 해준다. 현재 대한민국은 두 거대 정당의 밥그릇 싸움에 국민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거대 정당의 독점을 막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법 개정안을 도입했지만, 올해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위성정당`이라는 기이한 현상을 만들어 결과적으로 두 거대 정당을 제외한 다른 당의 입지를 좁혔다. 원래 산업 내 `바람직한 경쟁`은 모두에게 이익이다. 경쟁 기업들은 고객의 요구를 더 잘 충족시키기 위해 더 나은 제품을 제공하고 서비스를 개선한다. 따라서 산업 내 신규 진입자와 대체품은 질 낮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 기업에 위협적 존재가 되며 혁신을 촉진한다. 그러나 두 개 정당이 완전 독점하는 정치 산업에는 유권자를 위한 서비스를 공급해야 한다는 압력이 생겨나지 않는다. 대체재나 새로운 시장 진입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유권자를 배제한 선거는 국민의 뜻과 점점 멀어졌고, 정치인들은 여론이 분열된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내버려 두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복점구조`를 사수한 두 거대 정당의 권력 남용 문제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미국과 대한민국의 정치폐단 분석을 통해 거대 정당의 위선에 빠져버린 정치를 구할 힘은 `중도적인 국민의 힘`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당쟁에 휩쓸리지 않고 냉정하고 날카로운 관점을 가진 국민이야말로 독과점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양당 정치의 폐해에 맞서 싸울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아무리 해도 바뀌지 않는 정치에 대해 무기력증을 느끼고 있는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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