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한진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한진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본격적인 계절성 독감인 인플루엔자 유행시즌이 시작됐다. 인플루엔자 유행 시즌은 보통 10월 초에 시작해서 다음해 4월 초까지로 본다. 인플루엔자는 수백 년 동안 우리와 함께 했지만, 이것이 왜 겨울에 극성을 부리는지에 대한 정확한 메커니즘은 여전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수백 개의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감기와 달리 인플루엔자는 한 종류의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된다. 증상도 감기와는 다르다. 고열, 오한, 두통, 근육통과 같은 갑작스런 전신 증상과 함께 목이 아프고, 마른기침이 나는 호흡기 증상이 동반된다. 독감에 의한 합병증은 폐렴이 가장 흔하고 노인, 만성 질환자 및 영유아에서 발생 위험이 높다. 특히 만성 폐질환, 만성 심혈관 질환, 당뇨병, 만성 신부전 및 만성 간질환 환자에서 독감에 걸리면 가지고 있던 만성질환이 악화되어 사망하기도 한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65세 이상에서 발생한다. 인플루엔자, 즉 독감은 대표적인 유행성 전염병에 해당한다. 독감 유행이 시작하기 전 백신 접종이 필수다. 그런데 코로나로 불리는 유례없는 전염병으로 불안과 공포가 일상을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독감 백신 접종을 장려해도 모자랄 판에 독감백신 접종률에 찬물을 끼얹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백신 접종은 인플루엔자 감염을 통제하고 대유행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매년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권고하지만 올해는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기 때문에 트윈데믹(Twin-demic) 즉, 코로나와 인플루엔자 둘 동시에 유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백신 접종에 소극적인 미국에서도 오히려 예년보다 더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을 권장하는 추세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백신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아 예방 접종률이 높았던 국내에서 백신에 대한 위험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기사로 인해 공중 보건 전문가들로부터 지나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마치 백신을 맞아서 사망한 것처럼 단정해서 헤드라인을 뽑아내는 것을 보면 공포가 가장 좋은 언론의 마케팅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정부도 예년과 달리 백신 보관 및 운반에 대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초기에 자초했기 때문에 백신에 대한 쓸데없는 공포감 조성 기사에 어쩌면 불쏘시개 역할을 한 셈이다.

10월 말 기준 접종자수는 약 1600만 명이고 이중 70대 이상 접종자수는 약400만 명이다. 70대 이상 고령층 접종 대상자가 약 560만 명에 해당되기 때문에 현재까지 접종 비율로 치면 72%에 해당한다. 지난 3년간 고령층 평균 접종 비율은 85% 이상이었다. 10월 29일까지 신고된 백신 접종 후 사망자 수는 72명이고 이 중에서 70세 이상 사망자는 62명이다.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총 사망자는 약 22만 명이고, 하루 평균으로 계산하면 대략 600명에 해당한다. 솔직히 "백신을 맞은" 사람 중에서 사망자가 나온 거지 "백신 때문에" 사망자가 나왔다고 할 수는 없는 거다. 단순히 시간 연관인지 인과관계인지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다. 질병관리청도 추가적인 역학조사와 부검 실시 결과 사망사례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은 낮다고 발표했다. 모든 주사제와 약은 부작용이 있다. 하지만, 인플루엔자 백신은 50년 이상 꾸준한 연구와 개발의 역사를 가진 뛰어난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 받은 백신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매년 인플루엔자로 인한 직·간접 사망자는 수천 명에 이른다.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은 매년 나와 이웃의 건강을 위한 작은 실천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현재 백신이 없는 코로나 때문에 국가 봉쇄, 사회적 거리두기 등 이루 말 할 없는 피해를 봤고, 보고 있고, 또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지나친 호들갑에 속는 것을 보면,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영화 제목이 떠오른다. 오한진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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