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호 충남소방본부장
손정호 충남소방본부장
드높은 가을 하늘 아래 차가운 바람이 낙엽을 흩날리기 시작하면서 어느덧 겨울의 길목인 11월에 접어들었다. 섭섭하기도 설레기도 한 연말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는 시기에 소방관들은 국민들이 따뜻한 연말연시를 보낼 수 있도록 특별한 활동을 시작한다. 바로 `불조심`을 외치며 11월이 불조심 강조의 달임을 널리 알리는 일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불조심은 사시사철 명심해야 하는 것인데, 하필 11월을 불조심 강조의 달로 지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화재 위험성이 높아지는 계절의 길목이기 때문인데, 이는 통계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충남지역에서 발생한 화재건수를 비교해보면 가을철에는 평균 469건, 겨울철에는 평균 629건의 화재가 발생해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증가원인은 난방과 부주의로 좁혀진다. 겨울이 되면 집 한 켠에 묵혀 둔 전열 기구를 꺼내고 화목보일러를 손보기 시작한다. 이 같이 난방용품을 다시 사용하게 되면서 관리 소홀과 고장 등으로 화재발생률이 증가하고 공장과 축사 시설에서 보온기구와 보온재를 다량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여름내 몰아쳤던 비바람 탓인지 낮아진 화재 경각심에 의한 부주의한 행동들도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겨울철은 화재발생 위험성이 가장 높은 시기면서 1년 중 화재피해액이 가장 많은 시기이기도 하다. 지난해 화재로 인해 발생한 재산피해를 보면 봄철 57억 원, 여름철 42억 원, 가을철 37억 원, 겨울철 6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공장과 축사 등 대규모 시설에서 화재발생이 많아지면서 피해액도 같이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듯 11월은 화재위험이 높은 겨울철로 접어드는 마지막 길목이며 소방관에게는 가장 긴장되고 화재예방을 홍보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11월이 되면 소방관들은 사람들의 발길이 잦고 화재 위험성이 높은 곳을 찾아 다니며 화재예방 분위기를 조성하는 활동을 펼친다. 홍보물 배부로 시작해 시내 중심가에서는 소방차를 이용한 화재예방 캠페인을 통해 주민의 주의를 집중시키기도 하고 아침저녁으로 마을 방송을 실시하기도 한다. 우리의 든든한 조력자인 지역 의용소방대원들 역시 담당 마을의 집집을 방문하면서 화재예방을 당부하는 바쁜 시기를 보낸다. 이와 함께 펼쳐지는 다양한 화재예방 활동들이 추운 겨울을 목전에 두고 한동안 잊고 있던 화재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노력인 것이다.

어떤 일이든 한쪽의 노력만으론 이뤄지기 어려운 법이다. 소방관의 이러한 노력을 통해 국민들이 `불조심 강조의 달`에 대한 의미를 한 번 더 떠올리고, 한 번 더 조심해 준다면 우리의 노력이 비로소 가치를 띠게 될 것이다.

국민들이 안전하고 따뜻한 연말연시를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소방관의 사명임을 명심하고, 올해도 소방의 메시지가 곳곳에 빠짐 없이 전달될 수 있도록 11월이 떠나가라 불조심을 외쳐본다. 손정호 충남소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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