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다. 결실의 계절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시간 코로나19 속에서도 결실은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가 정규리그를 마치고, 가을야구에 접어들었다. 1982년 원년 후 39년 프로야구사에 무관중 경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도 계획한 팀당 144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1위 NC다이노스부터 10위 한화이글스까지 팀 성적의 희비가 엇갈렸다. 투타에서 각 부문별 수상자도 가려졌다.

눈에 띄는 선수는 KIA타이거즈 최형우. 37살인 최형우가 타율 0.354로 타격왕에 이름을 올렸다. 프로야구 선수로 적지 않은 나이에 한 시즌 내내 유지한 고타율이라 최형우의 타격왕 타이틀은 분명 박수갈채를 받을 만하다. 최고의 한 시즌을 보낸 KT위즈 용병 멜 로하스 주니어가 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 등 공격 4개부문을 싹쓸이했는데, 그나마 최형우가 토종으로 타격왕을 저지했다. 우스갯소리로 회춘한 최형우다.

그러나 텁텁한 뒷맛은 부인할 수 없다. 최형우는 지난달 31일 NC와의 시즌 최종전에 결장했다. 최형우가 마지막 경기 타석 결과에 따라 타격왕이 바뀔 수 있는 희박한 경우의 수가 있었기에 논란거리다.

어찌 됐든 최형우의 타격왕은 자의든, 타의든 맷 윌리엄스 감독의 배려가 크다. 물론 예전에도 감독들은 자기팀 선수에게 타격왕을 주기 위해 같은 맥락의 타율 관리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새삼스럽지는 않다. 최형우가 흘린 땀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기왕이면 떳떳하게 타이틀을 차지했으면 하는 야구팬의 바람이라 단지 조금 아쉽다는 거다.

최형우의 타격왕 타이틀을 보고 있자니 오히려 답답해지는 건 우리 사회다. 변화무쌍한 꼼수가 난무하고, 패거리의 내로남불로 점철된 기형적 구조라 `영 좋지 않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란 영화 제목처럼 기준의 잣대가 흔들리고 있다. 영화처럼 로맨스로 치부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그렇게 우아하지 않다. 혼란의 연속이다. 많은 땀을 훔쳐 타격왕 타이틀을 거머쥔 최형우가 애교스러울 뿐이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