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질환 간편측정 기술 연달아 선봬
표준연, 초고감도 조기진단 장비 개발
ETRI, 심혈관계 바이오마커 자동 분석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개발한 진단검사용 자동 분석 기기. 사진=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개발한 진단검사용 자동 분석 기기. 사진=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정부 출연 연구 기관에서 질병과 질환을 간편하고 신속·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이며 국내 의료과학 발전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3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한국표준과학연구원(표준연)은 각종 질병·질환의 조기 진단에 필요한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감도 실시간 측정 장비를 개발해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이 장비는 복잡한 과정 없이 쉽고 간단하게 실시간으로 혈액·체액 내 특정 물질을 측정할 수 있는데, 기존 장비보다 450배 이상 측정 민감도를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조기진단이 필요한 급성심근경색증, 치매, 각종 감염병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는다.

가령 급성심근경색은 골든타임 2시간 내에 신속한 응급조치가 중요하다. 이에 조기진단을 위해 급성심근경색증 발병 초기 특이하게 나타나는 트로포닌 물질을 빠르게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물질은 혈액 내 농도가 1조 분의 1몰(mol·물질량의 국제 단위) 이하 극미량으로 관찰이 매우 어렵다. 그러나 표준연에서 개발한 이번 장비는 1000조 분의 1몰 수준의 실시간 측정이 가능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했다.

조현모 표준연 소재융합측정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극미량의 세밀한 농도 변화까지 측정할 수 있는 이번 기술을 활용하면 혈액만으로도 치매의 조기진단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바이오마커(체내 이상 징후를 알아낼 수 있는 물질) 자동 분석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는다. 이 기술은 심혈관 질환 발병 시 증가한다고 알려진 CRP 등 5종 바이오마커를 15분 내 측정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또한 이 기술을 접목한 분석기기는 국산화와 함께 전자레인지 크기의 소형화로 보건소나 중소병원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진단 검사용 의료기기들은 국제 제조사들이 대형병원 검사용으로 만들면서 부피가 크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번 개발의 핵심은 신호 증폭 기술이다. 바이오마커의 검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항체가 항원에 반응하며 내는 광신호를 더 관찰하기 쉽게 신호를 키워주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쉽게 관찰하지 못하는 낮은 농도의 단백질 검출도 가능하게 고밀도 항체 고정화 기술도 접목했다. 또 회전 운동 기반 자동화 기술을 바탕으로 시료 등의 이동거리를 최소화해 측정 시간을 대폭 줄였다. 외부적 요인에 인한 편차나 오류도 최소화했는데, 동일 샘플 연속 측정 시 측정값의 편차를 뜻하는 재현성이 3.4%로,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는 분석이다.

허철 ETRI 진단치료기연구실장은 "국내 산업체로의 기술 이전과 상용화 지원을 통해 질병 조기 예측과 상시 모니터링으로 국민 보건 증진과 스마트 헬스 케어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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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개발한 초고감도 실시간 바이오 측정 장비.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개발한 초고감도 실시간 바이오 측정 장비.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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