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희 충남대 의대 재활의학교실 교수
조강희 충남대 의대 재활의학교실 교수
학교 동창 친구에게서 급한 전화가 왔다. 바쁜 직장일 때문에 서로 만나지는 거의 못하고, 언론보도나 SNS 에 올라온 글을 보고 이 친구들의 근황을 대강 짐작해왔다. 그런 친구가 갑자기 주말이나 퇴근 이후 저녁 늦은 시간에 전화가 오면 덜컥 겁이 난다. 대부분 부모님이나 친지들의 급한 응급 상황이 발생해서 의사로서 자문을 요청받는다. 내 전공과 관계없거나, 나도 잘 모르는 분야에는 편하게 응할 수 있다. 내가 잘 모르면 전공하는 우리 병원 교수에게 물어서 가장 합당한 병원이나 의사를 추천해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하는 것이고, 대부분 결과가 좋으므로 친구는 나에게 상당히 고마워한다. 하지만 내가 직접 진료를 해야 하거나, 우리 병원에서 내 전공분야와 협진을 해야하는 경우는 사정이 달라진다.

친구의 부모님은 제일 어려운 환자이다. 어릴 때 내 모습을 잘 알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날 의사로 생각하지 않으시고, 내가 근무하는 대학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질환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알다시피 코로나19 사태로 병원에 일반인의 출입은 거의 금지돼 있고, 환자도 출입절차가 까다롭다. 입원하려면 코로나 검사 후 음성 소견이 증명돼야 입원이 가능하고, 보호자 동반도 제한돼 있어 아무리 친한 친구의 부모님이라고 해도 의사인 내가 호의를 배풀어 줄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원칙대로 해야 한다.

나와 친구들 부모님의 연세는 거의 90세에 가깝기 때문에 대학병원에 응급으로 와야 하는 경우 발열을 동반하고 있고, 심장질환, 뇌경색, 당뇨와 고혈압 등 만성질활을 앓고 계시기 때문에 바로 입원하지도 못하고 절차에 따라서 코로나19 음성이 확인돼야 한다. 또 친구의 부모님들은 잘 치료하고, 성의껏 더 관심 같고 치료하면 이상하게도 소위 `VIP 증후군`이라는 황당한 부작용과 합병증이 생기곤 한다.

지난달에도 친구 부모님 여러 분이 외래 진료를 받으시고, 몇 분은 상태가 위중해서 입원하셨다. 원래 부상은 단순 다리 골절이고, 수술도 잘 되었지만 전신의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치매로 인한 인지장애와 의사소통 장애, 우울증, 심한 섬망으로 다리 골절이 채 아물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밤마다 침대 안전 바를 넘어서 침대 밖으로 내려오려고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더구나 여러 군데 욕창과 관절이 굳어서 제대로 누울 수 조차 없는 처지다. 여기에 여러 신체 장기 기능 저하로 합병증도 생겨있다.

내 부모님을 보는 것 같아서 속이 상하고 가슴이 아프다. 이렇게 심해져서야 오셨는지 화가 난다. 하지만 이러면 안된다. 내가 보통 환자 진료하듯이 냉정하게 평정심으로 진료를 해야한다.

노인성 다리 골절은 수술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반드시 해야 하고, 수술 후 합병증이 무섭다. 최근까지도 수술 후 합병증으로 사망률이 25% 이다. 다리 골절 자체는 수술 후 골유합이 잘되면 일상생활에 장애를 전혀 초래하지 않아서 골절 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노인성 다리 골절 후 재활치료가 재활의학과 진료 분야 중 가장 어려운 분야이다. 재활의학과 의료진 외에도 내과 전문의와 협진하면서 단계별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면서, 신체 기능을 회복해야 하고 시간과 의료비, 간병비의 소모가 엄청나다. 결국에는 회복되어서 집으로 웃으면서 가실 수 있으리라 속으로 기대하지만 내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최소한 내년까지는 갈 것이다.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된다고 하더라고 바이러스 특성상 완벽하게 예방도, 치료도 잘 되지 않는다. 올해 10월에 보고된 연구 논문에서 2020년 3-6월까지 미국에서 예년에 비해 사망자가 20% 증가했고, 이 중 67%만이 코로나19 때문이다. 나머지는 당뇨, 치매, 심장병 등이 원인이라고 한다. 즉 코로나19 대유행이 잠잠해지기 전까지는 중증 질환자의 사망은 증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노인성 골절이나 외상과 치매 등 중증의 노인성질환이 있는 환자의 사망률이 증가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부터는 겨울이다. 눈길에, 미끄러움에, 인도 턱에 걸려서, 집안에서도 노인의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 내년까지는 무조건 조심하자. 그것만이 살길이다. 조강희 충남대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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