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석 공주대 교수
오형석 공주대 교수
미래 교육에 관해 얘기할 때 이른바 미래학자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흥미롭게 듣는다. 4차산업혁명이나 AI 시대 등 엄청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며 여러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다음 세대들의 삶을 생각하면 이러한 자극적인 전망이 불안하게 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삶은 항상 변화와 함께하므로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앞당겨 걱정하기보단 현재의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 교육을 위해 이러한 인식은 더욱 중요하다. 구글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인 토머스 프레이 미국 다빈치연구소의 소장은 현존하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다른 일자리가 대체하지만 이 일자리는 현재의 대학교육이 필요하지 않아 많은 대학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선진국 인구는 급감하게 될 것이고 아프리카 등은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AI가 교육의 주체로 크게 부상할 것이며 이는 코로나 이후 도입된 무인원격시스템과 더불어 급속도로 퍼져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프레이 소장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마이크로 칼리지(Micro-College) 즉 `최소대학`이라는 것을 제안했다. 현재의 대학 과정으로는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적기에 공급하지 못하는 속도의 문제가 크며 대학 과정에서의 학습 내용도 졸업할 쯤이면 이미 진부한 것으로 취급받는다. 프레이가 제안한 마이크로 칼리지는 주로 3개월 단위 과정으로 철저하게 기업이 원하는 내용으로 12주 과정을 제공한다. 졸업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본인 커리어의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채워가는 기회이며 다양한 분야에서 모인 많은 졸업자가 성공적인 이직, 창업, 승진 등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결합을 특이점이라고 주장한 또 다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도 이러한 대학 형태를 운영 중이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 기지에 입주한 싱귤래리티 대학(Singularity University)은 또 다른 `최소대학`이다. 1주일짜리 경영자 과정과 3개월에 걸친 창업 과정, 전 세계 각지에서 한시적으로 진행되는 글로벌 임팩트 챌린지 과정 등을 운영한다. 미래 기술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인간과 기술이 융합되는 특이점의 시대에 인류가 당면한 여러 가지 크나큰 복합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리더를 교육하고 영감을 주고 힘을 키워주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미래학, IT, 바이오, 금융 법률 등이 지식과 인공지능과 같은 예측하기 어려운 디지털 기술들을 융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이를 창업으로 끌어내고 있다.

우리의 대학교육 환경은 아직 이러한 변화에 앞서나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혁신학교나 공간혁신 등 다양한 정책들로 공교육에 대한 변화는 진행 중인 반면 대학교육의 변화는 매우 더뎌 보인다. 그런데도 다양한 시도가 눈에 띈다. 그중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범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정주 NXC 대표, 이재웅 소카 대표, 이혜진 네이버 글로벌투자 책임자 등 1세대 벤처기업의 대표주자 격인 인물들이 20억 넘게 공동출자한 C프로그램에서 설립한 `거꾸로캠퍼스`는 최소대학의 성격이 돋보인다. 21세기 학습자를 위한 미래 역량 중심의 교육을 도모하며 `협력적 문제해결 능력`을 지향한다. 정해진 커리큘럼 없이 두 달마다 학생들이 공부할 주제를 정하고 수업을 진행한다. 스타트업이 투자자들에게 사업 제안을 하듯 수업주제를 정하고 교과수업과 프로젝트 중심으로 해결책을 찾아 나간다. 무학년제에 이름 대신 별명을 부르고 평가는 존재하지 않으나 모두 자유롭게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간다. 이러한 과정은 연결과 확장을 통한 새로운 삶과 지식습득 방법을 터득하게 한다. 디지털시대의 선진 기업과 창의적인 교육 시스템이 만나 탄생한 새로운 `최소대학` 모형은 미래를 준비하는 또 다른 오늘의 실천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오형석 공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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