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철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
김경철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
1968년 동물 행동학자 존 칼혼은 인구과밀의 결말에 대한 실험을 했다.`유니버스25`라는 이름을 붙인 가로·세로 2.7m 공간에 쥐들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에덴동산을 만든 것이다. 쥐는 빠르게 번식했고 300일을 넘길 즈음 600마리를 넘어섰다. 315일차 출산율이 정점을 찍을 즈음 문제가 생겼다. 공간을 두고 갈등이 시작되면서 경쟁에서 밀려난 수컷이 주변 약한 개체와 다른 수컷을 공격했다. 암컷은 새끼를 낳지 않고 낳은 새끼도 버렸다. 실험 600일차 개체수가 2200마리로 정점에 이르자 쥐들은 더 이상 새끼를 낳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번식이 멈추면서 개체 당 공간은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개체수는 다시 늘지 않았다. 4쌍에서 시작된 실험은 1973년 마지막 남은 쥐 한 마리가 죽으면서 끝났다. 옥스퍼드대 데이빗 콜먼 교수는 대한민국이 2300년쯤 인구소멸국가 1호가 될 거라 예측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2020년 대한민국 출산율은 몇년째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고 청년세대는 청년실업,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했다. 지난 15년간 300조 원 넘는 예산이 쓰였지만 같은 기간 출산율은 1.12명에서 0.92명으로 급락했다. 원인이 무엇일까. 그 동안 대한민국 발전을 견인해온 수도권 1극중심 불균형 성장전략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1960년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래 수도권은 경제성장의 핵심엔진이었다. 불과 두 세대 만에 30-50클럽(국민소득 3만불, 인구 5000만명 이상 선진국)에 가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수도권이 대한민국을 소멸로 이끌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균형발전을 해야 한다. 오랜 시간 그 필요성을 역설해왔지만 여러 제약으로 구조적인 해결이 아닌 대증적인 정책이 주를 이뤘다. 더 이상 느긋하게 증상 완화에 만족할 때가 아니다. 서울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구조를 해체하지 않으면 서울도 소멸하고 대한민국도 소멸한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정책을 추진하면서 지역 중심의 근본적인 경제체질 개선 시도를 하고 있다. `충청권 메갈로폴리스` 논의 등 지방정부도 이전과 다른 권역 중심 전략을 추진 중이다. 필자는 균형발전 성공을 위한 교통 분야 아이디어를 두 측면에서 제안한다. 도시철도 형태 광역교통망의 선제적 건설이 중요하다. 각 권역 주도의 균형발전이 성공하려면 가장 먼저 교통 혈맥을 뚫어야 한다. 그래야 각 구성요소가 제대로 성장하고 빠르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권역내 `시간거리`를 좁히는데 주력해야 한다. 대전-세종-내포는 8000원 넘는 비용에 시내·시외버스 갈아타고 2시간 가까이 이동해야 하는데 수도권처럼 지하철도 1000원 조금 넘는 비용으로 1시간 내 닿을 수 있게 해야 한다. 투자비용이 높지만 연결된 지역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강력하게 묶는 효과가 있다. 모바일 광역대중교통 통합플랫폼(Mobile-MaaS)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대량밀집 수송이라는 대중교통의 기본전제가 위협받고 있는데 ICT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면 대량수송의 효율은 유지하면서 밀집도를 낮출 수 있다. 개별 고객의 이용정보를 분석하면 같은 교통서비스 공급량으로 고객이 더 적게 기다리면서 더 빠르게 목적지에 다다르게 할 수도 있다. 우리는 갈림길 앞에 있다. 쉬운 길을 찾아 천천히`유니버스 25`로 소멸할지, 또 다른 우주로 어렵지만 굳은 결심으로 나아갈지는 우리들에게 달려있다. 긴 안목에서 미래를 만들어 가는 지혜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1000만 명이 사는 충청권 메갈로폴리스를 상상해 보자. 할 일이 많다. 김경철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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