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비엔날레 2020' 참여 작가 소개 ⑧ 박경근 작가

박경근 작가
박경근 작가
박경근(사진) 작가는 개인의 서사와 집단의 서사가 겹쳐지는 지점을 다루는 영화감독이자 미디어 아티스트다. 영화와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작품들은 베를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뉴욕현대미술관(MoMA), 타이페이 비엔날레 등에서 소개되며 대중들에게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특히, 박 작가는 베를린국제영화제 넷팩상, 부산영화제 메사나상, 리움 삼성미술관 아트스펙트럼상을 수상하고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대전비엔날레 2020`에서 출품된 작품은 `1.6초(2016)`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촬영됐다. `모션 컨츄얼`이라는 영화에서 쓰는 큰 로봇 팔에 카메라를 달고 로봇들이 하는 동작들을 흉내 내는 이미지들을 구현했다. 작품의 모티브는 자동차 공장의 조립 라인에서 로봇의 생산 시간을 1.6초로 단축하는 데서 벌어진 노사 간의 갈등에서 시작한다. 이와 함께 1.6초라는 미세한 시간의 차이가 기계와 인간의 큰 충돌을 나타낸다. 단 1.6초밖에 되지 않지만, 로봇의 빨라진 속도를 인간들이 따라잡는 데에는 많은 노력과 고통이 뒤따른다. 작품에서 생명이 없는 기계 대 유기체로서의 인간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공장에서 가장 생동감이 넘치는 것은 로봇이고, 인간은 생기 없는 회색빛의 얼굴을 띄고 있다. 이를 통해 박 작가는 과연 인간은 로봇보다 더 많이 느끼고 창조적인 존재인지 아니면 그저 조직과 사회에 속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존재에 불과한지 질문을 던진다.

박 작가는 "이번 작품이 인문학적으로 또는 사회적, 경제적 의미의 레이어들을 담으려는 것은 아니지만 작업을 하면서 `앞으로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일에 대한 의미 자체가 달라져야 하지 않는지` 등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라며 "관람객들은 작가의 의도나 배경지식 없이 자신만의 감각적인 경험과 다양한 각도로 또 다른 철학적인 질문과 의미를 찾으며 현대미술의 재미를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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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근 `1.6초(2016)`. 사진=대전시립미술관 제공
박경근 `1.6초(2016)`. 사진=대전시립미술관 제공
박경근 `1.6초(2016)`. 사진=대전시립미술관 제공
박경근 `1.6초(2016)`. 사진=대전시립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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