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곤 배재대 실용음악과 교수
황성곤 배재대 실용음악과 교수
지난 칼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중음악의 한 갈래이며 뿌리인 블루스(Blues)는 미국 흑은 노예들의 기독교 음악에서 출발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비단 블루스뿐만 아니라 많은 음악들이 크건 작건 종교와 연관돼있다.

우선 소위 클래식 음악이라 불리는 특히 18세기 서유럽에서 꽃을 피운 이 음악은 기독교와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서기 476년 서로마제국의 멸망으로 유럽에는 세기말적 시대정신이 짙게 드리운다. 그도 그럴 것이 영원할 것 같은 로마제국의 몰락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고 그것은 세계의 종말 같은 거대한 사건이었다. 알다시피 박해받던 기독교는 313년 밀라노 칙령으로 드디어 온전한 신앙의 자유를 얻게 된다. 그 후 성장하던 기독교인들은 로마의 멸망으로 문명의 회의감 속에 로마제국 외곽으로 흩어져 곳곳에 수도원을 만들고 속세를 떠난 은둔자의 생활이 시작된다. 그리고 훗날 16세기 르네상스 역사가들은 그 1000년간의 시대를 `중세`라 부르게 된다. 중세는 약간의 조소 섞인 표현인데 이는 이는 그 시기가 인본주의가 찬란했던 로마와 이를 다시 부흥하려는 르네상스를 연결하는 중간적이며 정체된 시대에 불과함을 지적하는 용어이다.

더구나 흔히 그 시대를 기독교적 도그마가 지배하는 문명의 암흑기라고도 평가하는데 필자는 기독교적 입장에서도 그 시기는 하나의 암흑기였다고 본다. 왜냐하면 중세는 기독교적 교리와 가치관이 지배하는 시기였다기 보다는 기독교의 가면을 쓴 지배계급의 횡포가 두드러진 야만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교황 제도인데 이는 성경 어디에도 나타나 있지 않은 정치적 수단인데, 즉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베드로와 같은 사도가 어떤 정치적 권력을 가져야 하고 한 나라의 왕이 돼야 한다는 성경구절은 단 한 구절도 없다는 것이다. 가장 극악한 것은 `면죄부`이다. 면죄부는 일정 돈을 내면 죄를 용서해 준다는 문서인데 지극히 반기독교적이며 일종의 사기에 해당한다. 예를 들면 1513년 씀씀이가 헤펐던 교황 레오 10세가 판매했던 면죄부는 교회 유지를 위해 푸거가의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는데 썼다고 하니 실소를 금할 길 없다.

당시 수도원에는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는 수도승들과 수녀들이 일정한 일과표에 따라 금욕적인 생활을 했는데 이 또한 비성경적이다. 그러한 무미건조한 일과를 `성무 일과` ` Canonic Hours`라고 하는데 여기에 음악이 사용됐다. 이러한 수도원의 음악은 무반주 노래로써 매우 지루하고 불확실한 형태의 멜로디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그러한 멜로디는 점점 음계의 발전을 가져왔고 오늘날 보편적 음계의 토대가 되는 7개의 `교회 선법`, `Church Modes`을 확립하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7개의 선법은 Ionian, Dorian, Phrygian, Lydian, MixoLydian, Aeolian, Locrian과 같은 근대적 의미의 선법으로 귀결되고 수많은 음악에 영향을 주게 된다. Mode에 영향을 받지 않은 음악은 거의 없는데 예를 들면 서유럽의 중세와 르네상스에 작곡된 수많은 음악들이 모드 위에 작곡됐고 이는 잠시 휴지기를 거쳐 19세기 말부터 다시 등장해 `드뷔시`와 같은 프랑스 천재작곡가의 주옥같은 작품에 등장하며, 오늘날 재즈, 뮤지컬, 영화음악 등등에도 없어서는 안될 음악적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결국 기독교는 싫든 좋든 클래식 음악의 인큐베이터였던 것이다. 황성곤 배재대 실용음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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