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노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표준본부장
강노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표준본부장
연구원 동료들과 요즘 신세대는 보직자가 되는 승진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는 대화를 나누며, 그 이유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중 하나는 `승진을 해도 별 이득이 없어서가 아닐까`였다. 최근 잡코리아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 직원의 51.5%가 승진에 욕심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신세대는 무엇을 원하는가? 다른 조사에 의하면, 근무하고 있는 조직이 가치 있는 일을 수행하며 이를 경험하면서 의미와 보람을 찾는 일에 더욱더 관심을 가진다고 한다.

이는 세계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에어비앤비, 페이스북 등 세계적 기업은 직원경험부서를 신설해 운영한다. 경영의 관점에서 볼 때 직원경험이 점점 중요해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 분야에서 매우 유명한 Open AI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의 설립목적은 끝없이 자기 자신을 재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진보된 인공지능이 만들어진다면, 멈출 수 없는 지능 대폭발로 인해 인류 절멸의 위협을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이를 막아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전문가들이 이런 작은 회사에 앞다투어 취직한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두둑한 보수보다는 인류의 위협에 대응하는 가치 있는 연구를 경험할 수 있고 미래 인류의 안전에 이바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대 직원들이 경험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은 조직보다는 개인으로 중심이 옮겨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직원은 조직의 성과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신세대 직원들은 개인이 더 중요하므로 전통적 관점의 근무방식은 별 의미를 두지 못한다. 조직 차원에서는 지금까지와 다른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직원 스스로 자신이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일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상향식(Bottom-Up) 접근을 활성화해야 한다. 틀에 얽매임을 좋아하지 않는 신세대 연구원들에게 유연근무제를 통한 자유로운 업무시간의 배정, 자유좌석제를 통한 근무공간 제공 등은 업무 효율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또한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참여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구글은 임직원 간의 자유로운 소통을 통한 문제해결을 위해 매주 금요일에는 전 직원이 참가할 수 있는 타운홀 미팅을 연다고 한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또한 타운 홀 미팅을 열어 소통 문제의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24시간 내내 불 켜져 있던 회사가 지금은 땡 하면 퇴근하는 문화로 변모하고 있다. 이는 창의력 발휘와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을 맞추기 위해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워라벨은 일과 삶의 균형이라기보다는 일과 삶의 분리라고도 할 수 있다. 기존 세대들은 요즘 직원들을 밤에 회식하자고 해도 시간을 내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곤 한다. 하지만 그들은 퇴근 후 본인의 자기 역량 개발과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의 실현을 위해서 그야말로 열심히 살고 있다.

개인 경험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직원 개인이 가치 있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모범기업들은 직원들로부터 부가가치가 낮은 업무를 축소하고, 복잡한 절차를 제거한다. 또한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직원을 연결하여 조직의 핵심가치 창출에 집중하도록 한다. 연구조직의 경영 또한 과거와 같이 조직을 위한 사명의 강조도 중요하지만, 직원 개개인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 일이 먼저가 아닌 개인이 경험하는 일의 의미가 우선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할 때다. 승진을 통해 좀 더 의미 있는 경험이 가능할 때야말로 신세대가 승진 욕심이 생기리라고 생각한다. 강노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표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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