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공천이 책임정치"... 이번 주말 전당원 투표 거쳐 공천 가능토록 당헌 개정 추진

민주당이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공석이 된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방침을 세우고, 이를 위한 당헌 개정작업에 착수했다.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온택트 정책의원총회에서 "오전 최고위원회의의 동의를 얻어 후보 추천의 길을 열 수 있는 당헌 개정 여부를 전(全) 당원 투표를 부쳐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 당원투표는 이번 주말인 31일과 내달 1일 실시될 예정이다

민주당 당헌 제96조 2항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현행 당헌대로라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성추행 혐의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자진사퇴함에 따라 재보선이 실시되는 서울·부산 시장 선거에 민주당은 후보를 추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이 대표는 "오래 당 안팎의 의견을 폭 넓게 들었다"며 "그 결과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며, 오히려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규정을 도입한 순수한 의도와 달리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유권자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약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들었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이어 "저희 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시정의 공백을 초래하고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데 대해 서울·부산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과 드린다. 특히 피해여성께 마음을 다해 사과를 드린다"며 "보궐선거 후보를 낼지 당원 여러분께 여쭙게 된 데 대해서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유감의 메시지를 발신하기도 했다.

야당은 즉각 반발하며 맹비난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본인들이 당헌·당규에 자책 사유가 있으면 후보를 안 낼 것이라고 했는데 그 약속을 파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규한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비례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던 국민과의 약속을 전 당원 투표를 통해 깨버렸을 때처럼, 이번에도 `비난은 잠시`라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마치 `당원의 뜻`이 곧 `국민의 뜻`인 것 마냥 포장하려는 민주당의 행태가 비겁하다"며서 "차라리 꼭 후보를 내야겠다고 솔직해져라"고 직격했다.

정의당도 가세했다. 정호선 수석대변인은 "각 정당의 당헌은 스스로에 대한 약속이다. 스스로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도 못하면서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민주당은 오늘의 결정으로 집권여당의 통 큰 책임정치를 기대했던 국민들을 어리석은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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