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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춘추] 선비의 과오

2020-10-30기사 편집 2020-10-30 07:2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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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취호당 최재문 시인
선비와 함께 하는 문방사우는 그 사람의 인격과 포부와 기개를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이며 그들의 정신을 담는 청초한 그릇 이었다. 다소곳이 두손으로 받든 청자연적 육각 굽에서 시작한 선이 거북 등 쪽으로 모이면서 은은하게 맑고 청아한 모습에서 아름다움에 극치를 보았다. 청화연적 사군자 문양의 유려한 선의 흐름에서 청자 비색의 신비를 엿볼 수 있었다. 연적 거북 입에서 벼루에 옥수를 토하자 송연 먹을 정성껏 두 손으로 갈기 시작했다. 좋은 벼루와 먹은 발묵이 곱고 오래 갈수록 매끄러운 윤기로 서체가 미려하게 돋보이고 손끝에 전해오는 감각으로 농담을 조절하고 내면의 미를 길어 올려 묵언 수행으로 번뇌는 묵향에 실어 다스렸다. 문방사보 중 붓은, 족제비 수염 황모로 맨 세필과 노루 겨드랑이털 중필, 말총으로 맨 대필이 있고, 한지는 문집. 족보. 화선지 등 용도에 따라 사용했다. 청념의 발원인 사랑방 문방사우는 수양의 매개로, 품격있는 영혼의 분신이었다.

선비는 벗과 교유하면서 주례는 강학과 시와 자연을 벗하며 예의범절로 절제하고 풍류로 승화하며 중용으로 마음을 다스렸다.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문방에도 을사늑약은 국권 상실을 불러왔고 해방에 이어 전쟁의 폐허로 조국 근대화의 과업 앞에 경제적 혁신은 과학적 사고를 불러왔다. 젊은 신지식인들은 선비의 교만과 독선이 나라를 망쳤다고 생각했다. 전통을 버리는 것이 신 지식인이라 판단하고. 의식개혁과 혁신의 깃발 아래 산업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의 처절한 도전의 역사는 기적을 이룩했다. 그러나 물질을 최고의 가치로 인정하는 실리주의는 유학의 최고가치인 명분은 핑계로 지조인 의리는 깡패 용어로 기개를 뜻하는 사기는 군대용어가 되었다. 청빈은 구시대 덕목이 되고 동기나 과정보다 결과가 판을 치고 배금주의 사상의 팽배, 인륜의 붕괴 예의범절의 단절, 범죄의 양극화, 인본의 가치상실 시대가 오고 말았다. 선비는 정신문화의 현대화와 전통문화의 대중화, 선비정신의 행동화를 하지못한 과오를 범했다. 뿌리깊은 원죄의식을 처절하게 반성하고 다음세대를 준비 할 도덕성 회복운동에 불을 지필 시점이 바로지금이다. 취호당 최재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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