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의대생들의 의사 국가고시 재응시 기회를 줄 수 없다는 정부에 맞서 특단의 조치를 예고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어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의사 국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최후의 수단인 파업까지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합의한 바 있는 공공의료 정책 논의를 위한 의정협의체 구성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대 본과 4학년생들이 시험을 치르지 못할 위기 상황에서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선언적 의미로 이해하지만 파업까지 들먹이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거부사태는 지난 여름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이견으로 촉발된 의료파업 와중에 발생한 일이다. 당시 의료파업을 주도한 의협으로서는 의대생들이 끝내 국시를 치르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책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비록 의협이 학생들에게 국시 거부하도록 권유하지 않았지만 의료계의 일치된 행동을 선도했기에 도의적 책임까지는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때문에 의협이 이 사안에 천착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가 선뜻 의사 국시 재응시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여타 국가시험과의 형평성 등을 들어 국민적 동의를 선행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정부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양상인 듯하다. 27일 보건복지부와 의협, 그리고 범의료계투쟁위원회의 간담회에서도 국시 문제가 논의됐지만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내년 1월 7일 시행 예정인 필기시험에는 3196명이 응시원서를 냈지만 이들 대부분이 실기시험을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재응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한 의사면허를 딸 수 없다. 실기와 필기시험을 모두 치러 합격해야 하는데 실기시험 응시원서를 접수한 학생은 436명에 그친 것이다. 끝내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내년부터 의사인력 부족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은 뻔하다. 정부와 의협이 의정협의체 구성과 이후 논의 과제인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지역의료 지원책 등과 관련해 줄다리기를 하는 틈바구니에서 의대생들이 의료파업의 희생양이 돼서는 곤란하다. 정부와 의협은 보다 열린 자세로 의정협의체부터 구성한 뒤 국시 논란을 해결하는데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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