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대통령 시정연설서 여, 박수 26번 뜨거운 호응 vs 야 `이게 나라냐` 피켓시위

국회에서 28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은 시작 전부터 항의와 고성이 터져나왔다. 청와대 경호처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몸수색을 진행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다.주 원내대표가 시정연설에 앞서 사전 환담회에 참석하려다 청와대 경호처의 제지를 받았고, 자신의 이름과 신분을 밝혔으나 경호처 직원이 스캐너로 신체 수색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당 의원들은 즉각 박병석 국회의장 등을 향해 청와대의 사과를 촉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 의장은 장내 수습을 위해 "사실을 확인한 후에 합당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야당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았다. 박 의장은 재차 "청와대에 합당한 조치를 요구하겠다"고 밝히고 "의원들도 시정연설을 경청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후 문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전원 기립해 박수를 보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어서지 않았다.

박수와 고성이 엇갈리는 가운데 본회의장에 입장한 문 대통령은 야당 쪽으로는 별다른 시선을 두지 않고 의원들에게 목례를 건네며 곧장 연단으로 향했다.

박 의장은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시작 직전 다시 한번 "일단 그런 일이 일어난 데 대해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야당도 예의를 갖춰 경청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오전 10시 5분부터 39분간 파워포인트(PPT)를 활용해 확실한 방역 안정과 경제 반등을 강조하며 연설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의 `K-방역`, 기업 실적 개선, 기후 변화 대응 등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26번 박수를 쳤다.

연설을 마친 문 대통령은 항의성 피켓을 들고 있는 야당 의석 쪽을 먼저 지나치면서 퇴장했다. 피켓에는 `이게 나라냐` `나라가 왜 이래`라는 문구가 적혀있었고, 문 대통령은 특별한 동요 없이 걸음을 옮겼다. 이에 반해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하며 문 대통령을 배웅했다. 마지막에는 이낙연 대표가 본회의장을 나가는 문 대통령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시정연설 후 기자들을 만난 주 원내대표는 "국정 실패를 인정하고 국회에 햡조를 요청해야 하는데, 현실 인식에 큰 차이가 있어 절망감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사회적 약자와 코로나19로 힘든 취약계층을 더 두껍게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예산안 시정연설이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 경호처는 입장문을 통해 주 원내대표에 대한 몸수색 논란과 관련, "경호업무지침에 따르면 정당 원내대표는 검색 면제 대상이 아니다. 이러한 내용의 경호업무지침은 우리 정부 들어 마련된 것이 아니라 이전 정부 시절 만들어져서 준용되어온 것"이라며 "다만 정당 원내대표가 대표와 동반 출입하는 경우 등 경호 환경에 따라서는 관례상 검색 면제를 실시해왔다"고 설명했다.

서울=백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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