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축의 전환 (마우로 F. 기옌 지음/ 우진하 옮김/ 리더스북/ 412쪽/ 1만 8000원)

최근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은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며 일상 곳곳에서 변화를 증폭하고 있다. 저자는 코로나19는 변화의 시작일 뿐 다가오는 2030년의 세계는 더 심오하고 거대한 질적 전환을 맞이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2030년을 모든 변화의 물결이 응집해 폭발할 것으로 예측되는 변화의 임계점으로 삼는다.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추세들이 2030년에 수렴하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한다.

저자는 중심축이 이동하고 세계의 질서가 재편되는 앞으로의 10년 동안 완전히 새롭고 낯선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 특히, 과학적 연구와 실증 사례를 바탕으로 10년 후의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내며 핵심적인 분기점들을 짚어주고, 새로운 시작에 함께할 위험과 기회들을 보여주는 동시에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나갈 전략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10년 후에 맞이할 세계를 예측해보면 세계 경제의 중심이 대서양에서 아프리카와 인도로 이동한다. 현재 선진국에서 신생아 한 명이 태어날 때, 중국, 인도, 아프리카 같은 신흥공업국과 개발도상국에서는 아홉 명이 태어난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2030년 인도를 포함한 남아시아의 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많고 그 뒤를 아프리카와 동아시아가 잇는다. 또한 아프리카에서 농업과 산업의 이중 혁명이 일어나 경제성장을 견인하며, 중국, 인도, 아프리카의 신흥 중산층은 소비자, 생산자, 투자자로서 시장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저자는 60세 이상의 노년층들이 지구에서 가장 생산적이며 활기찬 삶을 누릴 것으로 본다. 노년층은 밀레니얼 세대보다 앞선 신기술 수용자가 될 가능성이 높고, 생애주기 특성상 소비재를 구매하는 대신 구독 서비스를 즐겨 이용하며, 공유 플랫폼을 통해 남는 방이나 자가용을 대여하고 부수입을 얻는다. 2040년 밀레니얼 세대가 은퇴기에 접어들어 이런 경향이 더욱 심화되면, 세대와 연령에 관한 종래의 이분법적 사고는 빠르게 해체될 것이다.

미래에 여성은 세상을 좌우하는 존재로 거듭난다. 대부분의 재산과 권력을 남성이 소유하고 관리하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점점 더 많은 여성이 경제, 정치, 사회 분야에 진출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 아프리카와 중동, 남아시아에서는 기존의 차별을 깨고 여성 노동력을 적극 활용하는 국가들이 빠르게 성장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부유해지면 그들의 소비 및 투자 성향에 따라 자산시장 또한 재편된다. 여성의 기호와 선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기업가나 정치인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는 미래를 앞당길 것이다. 불황 속에서 사람들은 더욱 출산을 미룬다. 기업과 공장은 생산 공정의 자동화·지능화에 박차를 가한다. 격리 생활은 디지털 환경과 첨단 기술에 발 빠르게 적응할 것을 요구하고 소득, 교육, 건강 문제에 있어 양극화는 더 심화된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일찍 미래의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예측을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변화들을 각각 따로 생각하면 그 안에 숨어 있는 잠재력을 깨닫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기업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밀레니얼 세대만 해도 피상적인 일반화에서 벗어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소득, 교육 수준, 성별 등에 따라 정의되는 다양한 하위 집단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단편적이고 도식적인 틀에서 벗어나 얽히고설킨 관계들을 폭넓게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10년 후에 마주할 새롭고 낯선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은 국가 간, 세대 간, 계층 간, 기술 간 연결 고리를 날카롭게 파고들며 대전환기를 통찰하는 거시적인 안목을 선사한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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