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 이헌·임정혁 변호사를 선임해 어제 국회 의안과에 추천서를 제출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장 이들의 전력을 들어 국민의힘이 공수처 출범을 가로막을 의도라며 비판을 가하고 있다. 공수처 출범 법정기간인 7월 15일에서 100여일을 훌쩍 넘겨 위원을 추천한 국민의힘의 느림보 행보가 눈에 거슬리지만 무조건 비판부터 하고보는 민주당의 태도도 그리 바람직하진 않아 보인다. 일단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임명과 위촉은 국회의장의 권한인 만큼 추천위 구성부터 하고 향후 활동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는 그 때 다시 풀어가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싶다.

현행 법상 공수처장은 후보추천위가 2명을 추천하고 그 중에서 1명을 대통령이 지명하는 절차를 거친다. 후보추천위는 당연직인 법무부 장관·법원행정처장·대한변협회장과 여야가 각 2명씩 추천해 모두 7명으로 구성되고, 이중 6명 이상이 동의해야 공수처장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 야당 몫 2명이 찬성하지 않으면 후보자를 추천할 수 없는 구조는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대통령과 여당이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공수처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을 처장 후보자로 내세우느냐가 공수처 출범의 관건이 될 것이다.

민주당이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에 대해 공수처장 후보자 비토권을 거듭함으로써 공수처 출범을 방해할 `위험 인물`로 규정하고 선공을 취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공수처법에 대한 위헌심판까지 제기하며 출범을 반대해온 국민의힘이 호락호락한 인물을 추천할 리는 만무하다. 야당이 추천한 이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냈고, 공수처법 자체가 위헌이라는 입장을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추천위원으로 활동도 하기 전에 예단부터 하는 것을 성급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을 추천한 만큼 국회의장은 추천위원회 구성을 서두르기 바란다. 추천위가 구성돼야 공수처장 후보자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고 국민적 합의도 꾀할 수 있다. 여야가 공수처법을 각자 입맛에 맡게 개정한다고 맞불을 놓고 있는 상황과 별개로 법에 정해진 절차부터 이행해야 공수처 출범의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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