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이 키운 중기부 세종행 웬 말?… 정·관계 등 결집 절실 속 '정치역량 시험대'

[그래픽=대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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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정치역량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행정안전부에 세종으로의 이전의향서를 제출하면서 탈(脫) 대전 행보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혁신도시 지정과정에서도 정부 일각과 일부 지자체의 반발 등으로 인해 우여곡절을 겪었던 대전으로선 `중기부의 세종이전 추진`이라는 또 다른 악재에 직면한 것이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중기부를 설득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난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지역사회의 모든 역량을 결집시켜 대전 잔류를 관철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지역 정관계에 따르면 중기부가 대전에 잔류해야 할 명분과 당위성은 충분하다. 우선 중기부의 입장은 정부부처가 집적화된 세종에 입지해야 소통 및 협업을 강화하고, 정책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정부대전청사를 조성한 취지에도 어긋난다. 유관부처간 물리적 거리를 없애거나 줄여야 행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럼에도 당시 중기청을 포함한 주요 외청을 대전청사에 입주시킨 것은 효율성보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장기적 국정과제를 도모하는 게 더 우선시해야 한다는 정책적 결정에 따른 것이다. 당시보다 수도권집중화에 따른 폐해가 더욱 심각해진 점을 감안하면 2020년 들어 중기부가 세종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더욱 명분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중기부의 세종이전은 비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을 또 다른 비수도권 지역들이 유치경쟁하는 악순환의 근거가 될 우려가 크다. 이번 사태가 자칫 대전과 세종이라는 지자체간 경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다, 향후 비수도권에 이미 정착한 정부부처는 물론 공기업과 주요 연구기관 등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유치전이 전개될 빌미를 주는 셈이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기부의 이전 의지는 확고하고 분명하다. 중기부는 이미 지난 23일 세종이전 의향서를 행안부에 공식적으로 접수했고,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박영선 장관 역시 강한 어조로 세종이전 추진을 공언하고 나섰다.

이에 지역 정관계는 물론 경제계, 시민사회단체 등 모든 주체들이 힘을 모아 중기부 대전 잔류를 관철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기부 대전 잔류에 대한 당위성은 차치하더라도 대전에서 이탈할 시 지역에 미치는 악영향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기 때문이다.

대전은 이미 세종시 출범 이후 인구와 기업의 급속한 유출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1996년부터 20년 넘게 대전에 둥지를 틀었던 중기부가 대전을 떠난다면 관련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악화는 불 보듯 자명하다. 나아가 대전에 뿌리를 내린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 4곳 중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제외한 3곳이 벌써 `세종 시대`를 준비하는 등 향후 또 다른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타 지역의 경우 이러한 악영향 우려만으로도 정부부처 또는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선 말도 꺼내지 못할 것이라며 충청의 역량부족을 한탄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혁신도시 지정과정에 이어 또다시 대전의 정치역량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며 "지자체는 물론 여야의 중진, 정치신인, 경제계 등이 한마음 한 뜻으로 뭉쳐 저마다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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